신춘문예 응모작들은 예술성을 높이 사기 때문에 순수동화가 대부분이다. 순수동화의 생명은 환타지에 있다. 환타지는 범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을 가시적인 상황으로 끌어내는 기법으로 의인화 기법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응모작 중 많은 작품들이 좀 어렵지만 환타지로 들어가는 문을 버리고, 손쉬운 방법으로 생활동화에 의인화 기법을 억지로 접목시켜 리얼리티와 문학성을 잃고 있어 아쉬웠다.
올해 80여편의 동화 중에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으로 김정호의 '거울 속의 바보'는 평범한 소재로도 탄탄한 구성과 갈등 처리로 재미는 있으나 반추할만한 진한 감동이 아쉬웠다. 손효경의 '마음으로 피는 꽃'은 기계문명에 길들여지는 인간을 거부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다만 시점의 혼돈과, 봉숭아의 생태를 통한 상황전개가 미흡했다.
오희문의 '네 말이 맞구나'는 유아의 심리묘사를 통해 어른과 아이의 관점 차이를 극복하고 있지만 인과관계의 고리가 아닌 사건의 연결이 흠이었다. 김인정의 '가로등'은 카메라기법의 전형으로 가로등의 눈을 통하여 존재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비록 주인공의 뒤늦은 등장과 외진 곳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에 대한 암시나 필연성은 모자랐지만 주제 형상화를 위한 상황설정이 고등학생의 수준을 벗어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김영옥의 '아버지의 열쇠고리'는 무리없는 구성과 극적 처리, 군더더기 없는 언어의 절제로 열쇠고리의 상징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환상속에서 긴 터널의 끝 밝은 햇살의 의미가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라 미흡한 점이 있지만 당선작으로 뽑는다. 정진을 바란다. 김상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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