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일 신년사에서 밝힌 새 천년 대북정책 기조는 실사구시라는 말로 압축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회관에서 열린 민관 합동시무식에서 북한에 대해 남북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국책 연구기관간의 협의를 제의했다.
이같은 제의가 갖는 상징성 못지 않게 눈 여겨볼 대목은 남북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김 대통령의 인식이라 하겠다.
김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새해 대북정책의 방향을 설명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의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관계도 촉진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도움은 성의껏 제공하되 경제적인 교류는 상호이익이되는 공존공영의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비료, 농약,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이라는 반관 반민기구간의 회담을 성사시켜 남북경제공동체 가동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공식적인 당국간 회담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양측의 국책연구기관 사이의 접촉이나 회담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남북이 협력하는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럴 경우 국책연구기관으로는 남측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통일연구원, 북측의 사회 과학연구소와 조국 통일연구원이 각각 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또 남북의 국책연구기관이 만나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은 단기적인 대북지원보다는 북한의 경제재건과 관련한 장기적 계획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실현이라는 현실적인 정책과제를 재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국책연구기관이 만들어 낼 협의는 이산가족 문제해결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형식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다룸으로써 남북 국책연구기관의 합의 성사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김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게다가 북한의 대응은 남한이 제공할 인도적 지원의 규모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의 새 천년 대북정책 기조는 "남북한 간 평화를 정착시켜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을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뤄내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편 김 대통령은 오는 5일 새해 첫 공식회의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국책 연구기관간 협의를 비롯해 남북경제공동체 가동을 위한 세부 목표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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