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푸틴 승리, 러시아 안정 좌우

돌출 행동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임기를 5개월이나 앞두고 돌연 사임, 전 세계를 다시한번 놀라게 했다. 옐친은 '후진에게 길을 틔워주기 위해서'사임했다고 밝혔지만 건강상의 문제에다 무엇보다 퇴임후 신변보장을 받기위한 사임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옐친은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은행 돈 세탁설에 시달리고 있는 등 사임이후 행정책임자로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푸틴을 후계자로 지명, 권력을 승계해서 3월로 예정된 대선(大選)에서 유리한 고지를 마련해주는 대신 자신은 사면을 받는 조건으로 빅딜을 했다는 것이 옐친의 사임 배경이란 설명이다국제사회는 옐친 사임의 배경이야 어떻든 그의 건강악화와 정서불안으로 조마조마했던 만큼 이제 젊고 건강한 블라디미르푸틴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하게됨으로써 옐친 때보다는 한결 안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차제에 강대국 러시아 곳곳에 숨어 있는 불안 요인들을 낱낱이 짚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대통령직무대행인 푸틴 전통리는 체첸 전쟁을 주도, 승리를 이끌어낸 덕분에 인기 절정에 오른 사람이다.

체첸 전쟁 덕분에 고양된 민족주의의 인기를 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확전(擴戰)을 해서 자신의 인기를 지탱할 수 있을것인지가 관심사인 것 같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러시아의 미진한 경제개혁을 내세워 자금지원을 보류하고 있는 것도 3월말 대선때까지 푸틴이 해결해야할 과제이며 과두산업재벌(올리가르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꼭 챙겨야할 현안이다.

KGB 출신인 푸틴 자신은 "우리에게 적이 없어 졌다는 것은 환상이다"라고 할만큼 국수주의적인 측면도 갖고 있지만 경제문제 등 현안이 급박한만큼 3월 대선에서 승리, 집권하더라도 대외정책에 유연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푸틴 대통령 직대에게 곧바로 신뢰를 표시한 것도 현 지도부가 집권에 실패한다면 러시아가 급격한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아 무방할 듯 하다.

러시아는 소련체제 붕괴후 많이 쇠락했지만 여전히 한반도 정세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강대국이다.

그런만큼 러시아 새 지도부가 조속히 국내 현안문제들을 해결하고 정국 안정을 이루어 기존의 한.러 우호관계 지속과 한반도 안정에 긍정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러시아의 안정 없이는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 적절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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