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열풍이 지난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다. 증권사 객장이 장날처럼 붐비고 사이버 거래도 폭주했다. 지난해 11월까지 16조원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이 주식투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로 많은 국민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해 일희일비했다.
금리가 한자릿수로 낮아지고 경기가 급반등하면서 활황을 보였던 주식시장은 유감스럽게도 모두에게 일확천금을 안겨주는 요술램프가 아니다. 특히 주가 차별화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의 우리 주식시장은 성공한 사람보다도 실패한 사람이 더 많은 도박장 같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한 다수의 종목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것이 많았고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한 고가의 정보통신주 등 일부 종목만이 더 크게 올랐을 뿐이다.
물론 수억원이 넘는 큰 이익을 낸 개인투자자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주가상승의 혜택은 외국인자본을 포함한 기관투자가에게 대부분 돌아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골리앗과 맞서 이길 수 있는 다윗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주가를 춤추게 하는 정보 싸움에서 개인이 기관의 정보수집과 분석력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차익을 좀 남겼다면 그 사람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이처럼 주식투자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잘 발달되고 투명성을 갖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조차 고소득층이 아니고는 개인이 직접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가 우리처럼 많지 않다. 반면 대다수 중산층은 뮤추얼펀드와 같은 전문기관을 통해 소득의 극히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가 몰락한 대공황의 쓰라린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다.
주식투자의 대중화는 거시적으로는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덩치만 커졌지 선진국에 비해 공시제도, 기업회계기준, 외부감사제도, 감독당국의 감시장치 등 여러 하부구조면에서 취약하고 매우 뒤져 있다. 게다가 안전성, 수익성, 유동성을 적절히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도 없이 몽땅 한곳에 투자하는 투자자세도 큰 문제다. 현재의 주식시장상황은 자칫 저축의욕은 물론 근로의욕을 해치고 투자실패로 인한 신용불량자의 양산과 가정파탄으로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돈을 빌려서 투자한 사람은 더 늦기 전에 주식에서 손을 떼고 여유 돈으로 투자한 사람이라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은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로 방향을 바꿔야 하겠다. 관계당국도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하부구조 및 투기적 요인 등 증시주변 여건을 조속히 정비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중산층이하 계층의 저축 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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