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무슨 놀란 토끼 벼락바위 쳐다보듯 반반히 말도 못하고 눈만 껌벅거리고 쳐다보는 형국이다. 대관절 컴퓨터는 왜 있으며 Y2K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동네 식당아줌마에게 Y2K의 질문을 받고 '컴퓨터의 2천년도 인식오류로써…'어쩌구 해봤자 대답이 되질 않는다. PC는 두고라도 카드를 받을 준비조차 없으니까. 아닌게 아니라 Y2K때문에 숱한 지인들에게 연말연시에 덕담한번 변변히 못하고 넘긴 것같아 황당한 느낌마저 없지않다. 하기야 아직은 누군들 큰소리 칠 수 있을까만 원자력발전소가 어떻고, 비행기가 어떠며 심지어 대륙간 탄도미사일 오발로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는 협박에 가까웠던 일부 전문가들의 경고를 생각하면 일단은 안심해도 좋을 일이다. 비디오가게에서 연체료가 3천600만원이 나오고 신생아가 100세로 둔갑한 일 정도야 웃어야 할 일 아닌가. 아파트에 난방과 온수가 끊기는 사고가 있었지만 비싼 부품을 교체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 일이 이쯤되니 공연히 컴퓨터 시스템업체들의 장삿속에 놀아난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일부의 비난에 귀를 기울이게도 된다. 정부가 Y2K문제를 우선 기존의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분과 Y2K바이러스 부분으로 나눠 차분한 설명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할 Y2K는 발생 확률이 아무리 적어도 피해규모가 엄청날 수 있어 이번에 잘 넘기면 추가발생 가능성은 적다는 사실도 강조 됨직하다. 그러나 Y2K바이러스문제에 접어들면 아무래도 시스템업자들의 장삿속이 돋보인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Y2K바이러스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민에 대한 경고는 위험의 정도를 충분히 감안한 것이어야 했다. 위험도가 낮은 경우, 일반국민에게 직접 불안이 옮겨가는 경보를 계속하는 틈새엔 Y2K바이러스 피해가 이미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전자 상혼'만 자리잡을 뿐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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