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새로운 라이프 트렌드, 뜨개질

며칠전 뉴욕 타임스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동부 해안에서 서부 해안 도시의 젊은 전문직 여성 사이에 핸드 니트가 큰 호응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쪽도 핸드 니트는 할머니들의 소일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했었는지 이 새로운 그룹들에게 어반 니터(Urban Knitter:도시의 뜨개질하는 사람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어반 니터들 중에는 남성들도 상당수 있다는 이야기여서 매우 재미있었다.전쟁 후 50년대의 궁핍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는 어머니와 누이들이 손수 뜨개질하고 손재봉틀 돌리는 모습들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어느때부터인지 손으로 하는 일들을 거의 아무도 잡으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치마단이나 바지단을 고치는 일 정도도 으레 세탁소나 수선집으로 보내버린다. 가난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싫은 것일까, 또는 단순히 효율을 생각한 합리적인 판단일까?미국의 어반 니터들 중에는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나 슈퍼모델 앰버 발레타, 스텔라 테난트 같은 여가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 조차도 열렬하게 니트에 매달린다고 한다. 뉴욕 맨하탄에서 정신분석의로 일하는 바스가글리아는 환자들과 상담하는 사이사이에 뜨개질을 하면서 마음 속을 씻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조차 뜨개질 가방을 꺼집어 내는데 물론 놀라서 쳐다보는 눈길을 만난다거나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같은 남성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자발적으로 나누어주려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산타모니카에 있는 얀스도어 아틀리에의 레스리 스토만의 고객들 중에는 모니카 르윈스키도 있는데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청문회 동안 언론과 대중들의 눈을 피해 내내 열심히 뜨개질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현상들은 두계절전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가 턱없이 굵은 게이지의 니트를 그의 컬렉션에서 발표하면서 비롯되었고 이후 다른 디자이너들도 자이언트 니트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디자인의 유니폼화 현상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는 패션 리더적인 욕구를 채워주고, 너무 바쁘고 기계화된 생활에서 도피하여 마음의 고요한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동양적 명상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두개의 나무젓가락을 들고 한 올의 실을 꼬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닐까?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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