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0학년도 주요 사립대 논술 특징

2000학년도 주요 사립대 논술고사의 특징은 고문이 주류를 이루던 제시문이 현대문 중심으로 바뀐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새천년을 맞아 인류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대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한 시의성 있는 문제가 많이 출제돼 눈길을 끌었다.

지문이 약간 길어지긴 했지만 문제의 유형은 수험생들이 평소 접했던 익숙한 것이어서 평소 논술에 대비해 충분한 연습을 한 수험생이라면 답안작성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게 입시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는 독자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문제를 쉽게 냄으로써 논지 파악능력 때문에 점수차가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대신 얼마나 논리전개를 잘 펼쳤는지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연세대 논술 지문중에서 고문은 '춘향전' 경판 16장본과 그리스 희곡인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 등 2편 뿐이고 나머지는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 조지 리처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에리히 프롬의 '자유에서의 도피' 등 현대문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평이해 인문계의 경우 예문에 나타난 인간관계의 특징을 분석하고 밑바탕에 깔려있는 공통된 논리를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하라고 요구했고, 자연계는 현대문명이 빚어낸 부정적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고려대 역시 인문.자연계 공통으로 독일의 현대철학자 아놀드 겔런의 '인간학적 연구'와 프리드리 그렌츠의 '아도르노의 철학'중 겔런과 아도르노가 제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벌인 대화의 일부분을 지문으로 출제하는 등 근래 나온 책을 중심으로 제시문을 냈다.

이화여대는 현대사회에서 돈이 지니는 의미를 개인이 추구해야할 삶의 질과 결부시켜 논지를 전개하라는 문제를 냈는데 이 주제에 대한 제시문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 레스터 서로우의 '부의 구축'의 일부분 등 주로 현대 사상가의 저술에서 발췌했다.

한양대도 뉴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풀어야 할 숙제인 환경문제를 주제로 출제했으며 예문으로는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경제학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움베르토 에코의 문화비평 에세이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과학전문지 '과학사상'에 수록된 엔트로피에 관한 글 등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문에서 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논술시험을 치른 성균관대는 '산업화, 정보화 과정에서 교통통신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인간의 시공체험 양식의 변화에 대해 논술할 것을 주문하면서 볼프강 슈벨부시의 '철도여행의 역사', 프랜시스 케언크로스의 '거리의 소멸-디지털 혁명',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밀란 쿤데라의 '느림', 마이클 하임의 '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 등 최근 1∼2년 사이에 출간된 번역서를 제시문으로 내 주목받았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정선학 논술팀장은 "주요 사립대의 논술고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평이해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은 없지만 제시문으로 이전에는 보통 고문과 현대문이 반반씩 나왔던데 반해 고문의 비중이 줄고 현대문이 예문으로 많이 출제됐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