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햇님이 작별 인사하기 때문"이라고 어린 왕자가 말했던가.
평생을 장의사로 지낸 '행복한 장의사'의 할아버지(오현경)는 "사람은 마지막 떠날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고 한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슬퍼하지만 이 슬픔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통곡하다가도 금새 정색하고 웃고 떠든다.
'행복한 장의사'의 장문일 감독은 죽음은 때때로 시처럼 몽환적인가 하면 눈부신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10년째 아무도 죽지 않는 마을, 낙천면. 낙천장의사에 세 젊은이가 모여든다. 서울에서 빚을 지고 고향으로 내려온 재현(임창정), 자살하려고 목을 매다가 여관 창 너머 장의사 간판을 보고 장의사가 되길 결심한 철구(김창완), 할 일이 없어 장의사 수업을 받기로 한 슈퍼집 아들 대식(정은표). 동네에서 평생 장의사로 살아온 재현의 할아버지 장판돌(오현경)은 강도 높은 '장의 교육'을 실시하려 하지만 일거리가 마땅치 않다. 아무도 죽지않기 때문이다.
철구의 아이디어로 홍보전단까지 만들어 돌리지만 신통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공동묘지 옆에 살던 과부가 자살해 드디어 '첫 손님'을 맞는다.
영화의 색깔은 죽음보다는 삶에 가깝다. 초반부는 세 명의 캐릭터를 내세운 일상적인 코믹에 집중한다. 한 여름 오후 슈퍼에서 컵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를 축내거나,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면서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실없는 농담으로 소일한다.
그러다 막상 '손님'을 맞았을 때 그들은 죽음에 대한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다. 염을 한 후 소주로 세수를 하던 할아버지가 소주까지 들이켜며 "잊어부러야 한다. 안 그러면 시체가 눈앞에 있어 못 살어"하는 장면은 웃음의 이면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임창정 김창완 장은표에 오현경까지 영화는 철저하게 편안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일상의 웃음을 유쾌하게 퍼낸다. 18세 관람가.
(8일 자유 1관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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