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매일신문'(1999년 12월29일자 26면)에서 '영천 쓰레기장 반대 격렬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한동안 벙벙하였다. 쓰레기 매립장 부지로 선정된 영천시 완산동 일대는 국가형성기 골벌국(골화소국)의 중심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골화성(骨火城)에 대하여 -골화소국(骨火小國)과 관련하여-'(향토문화'5집, 향토문화연구회, 1990'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는 필자에게 이 소식은 안타깝게 다가왔다. 한마디로 쓰레기 매립장이 잘못 선정되었으며, 이 완산동 일대는 보존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화자원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 완산동 금강사 왼쪽골은 나말여초에 이 지역 호족인 황보능장이 금강성을 쌓아 세력을 이룬 곳이다. 이곳에 있는 금강(산)성은 신라 지증왕 때 쌓았던 골벌성으로 비정되며, 이것은 골화소국 때부터의 성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지역은 지금 남천에 다리가 놓이기 전, 경주와 영천으로 통하는 중요한 교통로이기도 하였다.
이 금강산과 완산동은 신라시대 삼산(三山)의 하나로 비정되는 곳이며, 안 완산동의 구릉지는 골화소국의 중심부이고 대사(大祀)를 올린 곳으로 생각된다. 신라 김유신이 삼소호국지신(三所護國之神)을 만난 곳이며, 김유신이 묵었던 골화관이 있었던 곳으로 남천은 바로 골화천이다.그리고 안 완산 철길 건너편 산의 북쪽 사면에는 20여기 이상의 규모가 큰 고분들이 무리지어 고분군을 이루고 있다. 발굴이 되면 골벌국의 실체를 밝혀 줄 중요한 자료가 출토될 수 있는 곳이다.
때문에 이 지역은 보다 장기적이고 철저한 발굴과 개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 얼마간 정비만하여도 산성공원.옛길.골화소국 터.고분공원 등 시민휴식 공간과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더 없이 훌륭한 문화유적지이자 관광자원인 것이다.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21세기, 그리고 지방자치 시대에는 이러한 소국의 문화가 중요한 문화 유산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없는 것을 만들어서라도 빛을 내고자 하는데, 도청을 유치하겠다는 영천시가 어짜자고 역사적인 사실과 전설이 숨쉬는 귀중한 문화유적지를 망치려고 하는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더구나 영천시의 전체 지도를 놓고 보면 완산동은 그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한번 훼손하고 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문화유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영천시의 미래와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완산동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드는 것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수(교사.한국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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