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경실련 '명단' 공개 파문

경실련의 '출마 부적격자' 명단 공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명단을 알아보기 위해 경실련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안 될 만큼 연결 시도가 폭주했다고 한다. 네티즌들도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궈 놓았다.

언론사도 이 논란에 휘말렸다. 명단을 공개한 곳은 일약 정론으로 통했고 시민단체들의 선정 기준에 동의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공개를 하지 않은 데는 '사이비'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됐다. 명단이 나가지 않은 언론사에는 비리 정치인의 비호세력이라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부적격자 명단 공개에는 분명한 맹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정 기준의 모호함이다. 판단 근거라고 제시한 것도 과학적 검증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지극히 자의적이다. 이해 당사자가 첨예하게 갈려 있는 사안에 대해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고 반개혁적이라고 한 것은 독선에 다름아니다.

자신들의 잣대에 맞으면 시대정신에 충실하고 개혁적인 정치인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가 돼야할 정도로 시민단체들의 기준과 도덕성은 완벽한 것인가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물론 이같은 논란의 원초적인 원인제공자는 정치권이다. 노동조합은 정치활동을 허용해 놓고 시민단체들에게는 불허하는 내용을 법이라고 정해 놓았으니 지켜지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또 이미 공개 검증 등 약속해 놓은 사항까지도 선거가 임박해서야 못 하겠다고 버티는 몰염치도 유권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이지매'를 유발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서 단순히 억울한 피해자라고 하소연할 수 없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논란을 전후 한 선관위의 태도 또한 유감이다. 시민단체들의 공개적인 낙선운동 선언은 한참 전의 일이었음에도 선관위는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양 유권해석을 내린다며 그 때까지 명단공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딱 제격이다.

하여튼 온 사이버 공간과 통신 회선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인 뜻있는 유권자와 네티즌들은 오는 4월13일 전화기와 컴퓨터 단말기 앞을 과감히 뛰쳐 나와 당당하게 투표소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같은 뜨거운 열정을 표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무자격.부적격 정치인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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