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정원 '연하장' 시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하는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얘기다. 요즘 말썽을 빚고 있는 국정원 부산시지부장의 '연하장' 시비가 바로 이에 꼭 들어맞는 과유불급의 좋은 본보기가 아닐는지. 국정원 부산시지부장은 '대단한 국민과 대단한 대통령께서는 지금까지 경제위기를 극복했듯이 앞으로 역경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믿습니다…'라는 내용의 연하장을 부산시민들에게 발송, 김대중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또 그는 말미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밝혀 "연하장으로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쯤이야 평상시라면 한 공직자의 빗나간 충성쯤으로 치부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4.13총선을 눈 앞에 둔 때가 때인만큼 한나라당을 비롯한 비판측의 시각이 여간 매섭지 않다. 이미 선거법 위반에 따른 고소, 고발만도 지난 총선에 비해 10배이상이 넘는 판에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의견을 유포한 꼴이 됐으니 정보관계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빈축을 사도 할말이 없을 듯 하다. 더구나 국정원장과 차장, 기조실장외에는 조직공개를 금지하고 있는 관련법 조항조차 무시한 그의 연하장은 또하나의 '충성 경쟁'결과 빚어진 해프닝은 아닌지…. 물론 이번 경우 우국충정에서 비롯된 덕담(德談)에 우리가 지나치게 과민반응 하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종찬, 천용택 전 국정원장들의 잇따른 '정치적 행보'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눈에는 막강한 권부(權府)의 하나인 국정원의 외도가 여간 근심스런 것이 아님을 어쩔 수 없이 지적하게 된다. 국정원은 '음지(陰地)에서 양지(陽地)를 바라보며 묵묵히 국가에 충성'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과유불급의 비난을 벗을 수 있는 '국정원이 나아갈 유일한 길'인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