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단지가 미술관 되었어요"

대구지역의 미술인과 기업이 힘을 모아 삭막한 아파트 단지를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꾸며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송현우방하이츠내 '하늘공간'이 화제의 장소. 이곳에서 15일까지 '새천년맞이 미술'전을 열고 있는 12명의 작가들은 전시가 끝난 후 출품작들을 아파트에 기증할 예정이다.

상가 2층인 동시에 아파트로 진입하는 지하 1층인 200여평의 밋밋한 공간이 벽화와 10점의 조각들로 꾸며져 주민들이 언제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의무조항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건축물에 조형물을 세우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건축회사와 미술인들이 협력해 자발적으로 아파트에 문화공간을 꾸미는 것은 대구지역에서 처음 있는 일.

하지만 '하늘공간'이 애초부터 거창한 계획아래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당초 시공사인 (주)우방은 이곳에 나무를 심으려 했지만 햇빛이 들지않고 비도 떨어지지 않는 구조로 지어진 공간이라 나무대신 미술품으로 꾸미게 된 것.

대구조형연구소에 묘안을 의뢰한 결과 회사측은 재료비를 보조하는 대신 지역의 젊은 미술인들이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기증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양화가 문형철씨가 벽화를 그렸고 노창환 박영우 박태호 서상교 서호덕 송주형 이병준 이성현 윤민숙씨가 조각 작품을 기증했다.

대구조형연구소 조각 자문위원 이병준씨는 "미술관이 아닌 삶의 터전 속에서 시민들이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돼 뜻을 같이하는 작가들과 함께 회사측 제의에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방의 정문화대리는 "문화공간 조성이 입주민들에 대한 서비스일뿐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같은 사업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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