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개각은 규모는 중폭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재정경제.외교통상.행정자치부 등 내각의 핵심부처가 모두 바뀐 사실상 '대폭 쇄신'의 성격이 강하다. 뉴 밀레니엄을 맞았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면모를 일신한 셈이다.
개편 폭이 예상보다 확대된 것은 문책성 경질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탈북자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한 홍순영 외교통상, 내부갈등을 수습하지 못했던 정덕구 산업자원, 개혁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김덕중 교육부장관이 바로 이 케이스다.
이번에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 게 홍 장관의 교체다. 일각에서는 얼마전 외교부 정기인사때 있었던 여권 인사들과의 마찰이 한 원인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청와대 측은 이를 일축했다.
또 경제팀이 대폭 개편되었다는 점에서는 경제정책의 방향전환을 예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즉 김종필 내각이 외환위기의 극복에 역점을 두었다면 박태준 내각은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생산적 복지정책의 추진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각에서는 개혁성과 함께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대거 발탁되어 눈길을 모았으며 이는 향후 국정방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교육부장관과 산업자원.건설교통.해양수산부장관이 이에 해당되며 산자부 장관에 김영호 경북대교수가 기용된 게 주목거리다.
이번 개각의 큰 특징은 호남 출신이 대거 늘어났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편중 인사 시비가 다시 불거질 공산이 높다. 호남 인사는 전체 장관18명 중에서 6명이나 차지했으며 그것도 외교통상.법무.행정자치.기획예산처장관, 금감위원장 등 노른자위 부처 장관을 독식했다. 이번 개각에 호남 실세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호남 인맥의 득세는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 통치력 강화차원에서 풀이되고 있다.
선거관리 주무장관인 행정자치부장관에 전남 출신인 최인기 여수대 총장이 기용된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정가에서는 "이번 호남 인사의 대거 약진은 총선 대비용이 아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21세기와 새 천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청와대 측의 개각 의미부여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총선 출마권유를 고사했던 진념 기획예산처.이상룡 노동.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은 버티기에 일단 성공, 유임됐다. 박 총리가 이번 개각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 지난 김종필 총리 때보다 파워가 다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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