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덕유산

애애한 눈꽃 상고대와 강풍 그리고 암벽이 어우러진 겨울 남덕유.

북덕유의 향적봉(1,614m)과 함께 덕유산 쌍봉을 이루는 남덕유(1,507m)는 지금 눈속에 파묻혀 등산객들의 발길을 끌어 당기고 있다. 궂은 날 예고없이 휘몰아치는 매서운 눈발과 칼날같은 세찬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빙판 눈길의 '성질 못된 등산길'을 오르고 내릴 때 고통과 힘든 발품만큼 남덕유 산행은 더 값지다.

특히 영각사~영각재를 거쳐 정상을 오르면 세번 탄성을 자아낸다. 정상은 물론 정상 바로 못미처 두개의 암봉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볼 때, 월성재로의 하산길에 마주치는 설경과 나뭇가지 위 켜켜이 쌓인 순백의 상고대는 장관.

영각사를 떠나 1시간50분 걸려 도착한 정상밑 900m지점(1,440m)부터는 급경사길. 수직에 가까운 암벽길로 철제 사다리와 굵은 철끈의 꾸불꾸불 곡예 산행길. 177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강풍과 암벽설경, 정상이 발길을 재촉한다. 다시 81계단을 오르고 마지막 155계단을 지난다. 2개의 수직암봉을 오르 내리는 아찔함과 짜릿한 산행 맛은 계속 된다.

1시간을 씨름한 끝에 도착한 바위투성이 정상. 강풍과 눈발속 향적봉의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와 수많은 등산객들이 정성스레 쌓아 놓은 뾰족 돌탑이 외롭게 서있다

. 칼날 바람이 다소 고통스럽다. 하지만 눈아래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미끈한 백설능선은 감탄을 자아낸다. 여인의 곡선미를 닮았다. 북으로 부드럽게 치달리는 능선은 월성재~삿갓봉~삿갓골재~무룡산~동엽령~북덕유 향적봉까지 16.6km 눈길. 정상을 휘감는 희뿌연 공기. 잠시 무아지경에 빠진다. 임진난때 짙은 안개로 왜군이 감히 침범 못했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정상에 오른 이마다 돌탑에 돌조각 하나 얹고 마음깊이 소원을 빈다.

월령재로의 하산길은 오를 때 빙판길과 바윗길에 비해 황홀할 정도.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길은 그렇다치고 눈길 양쪽 수목에 피어난 상고대 눈꽃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동화속같은 추억거리. 사진은 찍는 이도, 준비해 간 비닐포대로 눈썰매를 즐기는 이들도 모두 동심에 젖는다. 허기진 등산객들은 하산길 100m쯤 넓지 않은 눈밭위에 옹기종기 모여 라면이나 김밥, 따뜻한 차로 추위를 녹인다. 여유가 되면 내친 발걸음을 북으로 돌려 향적봉~백련사~인월담코스까지 내달리면 좋겠지만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11시간쯤 걸리고 해가 짧은데다 일기도 고르지 않기 때문. 월성재나 삿갓골재에서 황점마을로 내려오는 2시간 코스가 무난.

남덕유 산행길은 단 한순간도 쉬운 발걸음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미끄러져 부상당하기 십상. 아이젠과 방한모자·장갑·스패치 등 눈길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반드시 갖고 나서야 한다. 길이 좁고 험하며 돌길인데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등산객들이 '못된 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월성재 아래로 산죽 빙판길을 내려오면 월성계곡 끝자락에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점마을이 나온다. 마을가게에 들러 순두부 안주에 동동주로 하산주를 대신하기도 한다. 거창과 황점마을을 오가는 시내버스(2천원)가 하루 8차례 운항되고 있다. (0598)944-3720(서흥여객).

◈◈남덕유산 가는 길

88고속도로에서 해인사 톨게이트를 지나 거창읍내로 진입해 강변도로를 타고 거열산성 군립공원을 스쳐 마리삼거리서 함양방면(우측은 무주쪽)으로 직진, 교북삼거리서 전주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함양군 서상면를 통과한다. 면을 지나 좀 더 달리면 국립공원 덕유산이란 표석과 함께 영각사 입구를 알리는 표시판이 나온다. 6㎞ 더 달리면 영각사. 400m쯤 걸어 올라가면 매표소. (0597)962-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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