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내에서 미군 장교 두명이 북한군에게 살해됐던 '8·18 도끼 만행사건'은 사건 발생후 11시간 이상이나 걸려서 미 고위층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 워싱턴 D.C. 소재 '한반도 정보서비스 넷(KISON)'이 최근 비밀해제된 미 국가안보회의 비밀회의록을 입수, 번역해 13일 국내에 제공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8·18 도끼만행사건' 발생 이후 미국측은 8월 18일 오후 3시 47분(미국 현지시간)에 백악관 상황실에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을 의장으로 국무부, 국방부, 합동참모부, 중앙정보국(CIA) 관계자 등 모두 9명이 참석한 '워싱턴특별대책회의'라는 명칭의 첫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첫 머리에 키신저 장관은 "실질적인 문제를 하나 지적할 것이 있다"면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어젯밤 9시43분인데 오늘 아침 9시까지도 보고 받지 못했다"고 지연보고의 문제점을 먼저 끄집어냈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8월 17일 오후 9시 43분에 발생했으나 무려 11시간 이상이나 경과한 18일 오전 9시께 보고를 받았다고 말한 것이다.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시 CIA의 조지 부시 국장으로 추정되는 참석자는 키신저 장관의 지적에 대해 "우리측의 잘못이다.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잘못을 시인했으나 곧이어 국무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측 회의 참석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보고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 마디씩 짚고 넘어갔다.
지난 68년 푸에블로호 피납사건 이후 최고조의 긴장상황을 조성했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11시간 이상이나 늦게 보고되고 미측 첫 대책회의는 그보다 7시간뒤에야 열린 사실은 당시만해도 미 정부 부처 간에 유기적인 정보공유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초기 대응태세 또한 허술한 측면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문제점의 근본원인은 미국 CIA의 초기보고 지연, 즉 정보당국의 정보독점욕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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