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북자 공론화 부작용

탈북자 7명이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결국 북한으로 넘겨진 사건과 관련해 국제법적으로 직접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이 문제를 지나치게 공론화함으로써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과 야당이 안보상업주의와 인기에 영합, 인명이 달린 개별사안을공개적으로 파헤침으로써 러시아와 중국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했다는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탈북자 처리에 대해 "주권에 관한 문제로 한국이 개입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면서도 한국과의 관계와 인도주의적 측면을 감안, 이들의 제3국행을 묵인해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년간 탈북자 147명을 비공개리에 중국 등을 통해 한국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사건 진행과정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된 첫번째 케이스인 이번 사건은 결국 북한 외교관에게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던 탈북자 7명이 강제송환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와 관련,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국제법적으로 중국과 북한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매우 적다"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수록 이들이 한국에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4일 이정빈(李廷彬) 신임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러시아 탈북자 문제가 보도돼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이들을 송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적절히 대처했는가 반성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4강 외교가 반석위에 올라섰다"는 식의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들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또 중국이 북한으로 송환되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러시아가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송환하기 3일전인 지난달 27일 이인호(李仁浩)주러시아 대사는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난 뒤 본부에 '긍정적인 전망'을 보고했고, 중국이 이들을 북한으로 이미 송환한 지 하루가 지난 13일에도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중국과 다각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와 관련, 외교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가 '대(對) 중국, 대 러시아 외교가 반석위에 올라섰다'는 식의 허상을 버리고 그 내용을 차근차근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차제에 북방외교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탈북자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욱 철저하게 '조용한 외교'를 수행하되, 탈북자 전반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국제기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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