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장 곳곳 서린 동족상잔 '핏빛 악몽 '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잔영(殘影)이 반세기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지워지지 않고 이렇게 생생히 남아 있을 줄이야…"

14일 오후3시 경북 경산시 평산동 155의2 뒷산 대원골 폐광산 막장.

비극의 현장으로 밝혀진 평산리 일대 광산은 일제때 남한에서 알아주는 코발트 광산이었다. 지금까지도 갱구(坑口)가 7, 8개에 달하고 지하에는 약2km의 갱도가 사통팔달로 뚫려져 있다.

주민들은"당시 군경들은 군용 트럭에 사람을 가득 싣고 올라와 총탄 세례를 퍼붓고 일부는 총알이 아깝다며 소총 개머리판으로, 혹은 생매장 했다"고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건 이후 2, 3년동안 비가 오는 날이면 불그스레한 핏물이 하천으로 흘러 지난 70년대 초 정부에서 갱입구마다 시멘트나 흙으로 봉쇄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전쟁이 끝나고 일부 주민들은 집단처형이 집행된 폐광산 굴속을 헤집고 들어가 시신에서 금니·반지·시계를 빼내와 팔기도 했다는 것.

또 지난 85년 대구의 한 안경제조업체가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이곳 일대 1만8천평의 땅을 매입, 굴착기로 터잡기 공사를 하던 중 땅속에 파묻힌 유골들이 대량으로 발굴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후 종업원 200명 규모의 대형 안경공장을 세웠던 업주가 원인도 모르게 시름시름 앓았는가 하면 공장운영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공장 설립 3년만인 지난 88년 32억원의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평산리 주민들은 폐광산 갱도에는 현재 수백구에 달하는 시신의 유골이 방치돼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진상을 낱낱히 밝혀 50년동안 구천을 헤매고 있는 원혼들을 달래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산·金成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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