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업중인 10대 매매춘

경옥이(가명.19)는 안해본 게 없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했다면 고교 졸업을 앞둔 나이. 그러나 가정불화로 고1때 가출한 그에게 지난 3년간은 꿈과 돈을 맞바꾼 시기였다."2차 나가는 것도'비즈니스'잖아요. 학교에 가기보단 돈버는 게 좋아요"

가출후 곧바로 찾은 곳이 대구시 동구 13번도로 속칭'OB집'. 월 100만원에 접대부생활을 시작했다. 대구, 경산, 화원, 칠곡 등지 노래방, 티켓다방 10여곳을 전전하는 동안 경옥이는 어른들의 추태에도 익숙해졌다. "업소를 찾는 어른들은 꼭 나이를 물어봐요. 10대라고 하면 좋아하고 20살이 넘었다면 기분 나빠해요"

경옥이는 보름전 애인(24)의 권유로 다방생활을 청산했다.

10대들의'보디 세일(Body Sale)'은 합법, 비합법을 가장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래방과 티켓다방, 유흥주점 등 어디서든'일그러진 성'이 범람하고 있었다. 도덕은 없고 원초적 욕구만 넘치는 세상이었다.

매년 전국에서 발생하는 가출 청소년수는 2만여명. 이중 85%인 1만7천여명이 소녀들이다. 명숙이(가명.17)도 지난해 3월 가출해 포항의 한 티켓다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

하루 14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며 하루에도 몇차례씩 2차를 나갔다. 5,6개월이 지나자 오히려 1천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병까지 얻게 됐다. 그는 결국 지난해말 부모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왔다.

대개 가출 청소년들은 합법적으로 취업할수 있는 티켓다방에서 매춘을 시작해 노래방, 유흥업소, 윤락가 등으로 빠져드는 경로를 밟고 있다. 가출청소년 보호시설인 수지의 집(수성구 범어동) 관계자는"현재 보호중인 10대 소녀 12명중 11명이 티켓다방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내 다방 수는 2천600여개. 6, 7천여명의 종업원중 과반수 이상이 미성년자이고 북구, 달서구, 달성군 등에서 적잖은 수의 티켓다방이 성업중이다.

한 청소년단체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비를 벌어 쓸 곳이 어디 있느냐, 분식점 등에서 하루종일 노동력을 착취(?)당해도 30여만원이 고작인데, 결국 아이들이 흘러갈 곳은 뻔하지 않느냐"고 했다.

경찰의 대대적인 10대 매춘단속이 벌어지던 지난 12일 밤. 김모(30.공무원)씨는 수성구 범어동의 한 노래방에 갔다 깜짝 놀랐다. '여자를 불러달라'는 김씨 친구들의 요청에 노래방 업주는 10대 후반의 여자 2명을 동석시켜 줬기 때문. 그는 "서슬퍼런 단속에도 아랑곳없이 영업을 계속하는 업주나 손님과 동석하는 10대들의 대담성에 새삼 경악했다"고 했다.

한 노래방 업주는"10대 소녀들이 먼저 노래방에서 일하기 위해 자신의 연락처, 나이나 신체특징 등을 적은 명함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며"이들중 상당수는 돈욕심에 손님과의 동침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현직교사는 "요즘은 청소년들이 굳이 충동을 참아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분출하는 시대"라면서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소비문화가 매춘이란 문제를 낳은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0대를 원하는 기성세대의 성도착과 청소년을 싼값에 부리려는 업주, 물질만능에 젖어든 청소년의 일탈 등이 어우러져 청소년 매매춘이란 사회문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朴炳宣.金辰洙.李宰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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