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찬석 논설위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란 말이 있거니와 개각(改閣)만큼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일도 드물다. 그래서 개각이 끝나면 으레 뒷 얘기가 무성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만큼 갖가지 억측과 소문들이 무성한 때도 드물 것 같다. 우선 이번 개각은 철저하게 선거를 의식한 흔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선거 주무부인 행자부의 장·차관을 전남(全南)인맥으로 앉히고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광주 사람으로 앉힘으로써 선거관련 요직 7자리중 2자리(검찰총장, 대검공안부장)를 제외한 나머지를 호남세가 독식했다. 과거 TK독식을 공박하던 '국민의 정부'가 하는 처사로서는 납득키 어려운 일 아닐는지…. 그런가 하면 개각을 둘러싸고 동교동 실세 그룹을 중심으로 한 호남세(湖南勢)의 '영향력 행사'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한다.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경질은 탈북자 북한 송환에 따른 문책인사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여권(與圈) 실세의 미움을 받고 밀려났다는 얘기가 정설인 것 같다. 홍 장관은 여권 핵심인사가 추천하는 사람을 제쳐놓고 주(駐) 오스트리아 대사를 차관으로 밀다가 '미운 털'이 박혔고 끝내는 이들 호남실세들이 청와대에 참소(?)하는 덕분에 낙마한 케이스로 알려졌다. 이런 측면에서 정덕구 전 산자부장관의 이임의 변은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지금까지 저격수를 피해 장관자리까지 오른 것은 축복이었다"고 말해 끝내는 자신이 '저격수'에 의해 밀려난 듯한 뒷맛을 남기면서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의병이 돼서라도 돕겠다"고 했다. 결국 홍 전 장관의 경질과정이나 정 전 장관의 발언들로 미루어보면 대통령을 둘러싸고 참소하고 교언영색 하는 저격수 무리들이 요즘들어 부쩍 힘을 얻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직언은 백번 필요하다. 그러나 혹시 사리(私利)와 당략(黨略)에 매달려 대통령의 눈을 흐리게 하는 무리들은 없는지 걱정되는 것이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말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서산대사). 신임 이헌재 재경부장관이 재경부 취임사에서 인용한 말이다. 백범 김구선생이 즐겨 읊었던 이 말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신임 각료들의 성실한 직무수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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