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복칼럼(연세대교수·사회학)

정부에서 하는 일이 으레 그렇지만, 이즈음 특히 정부 하는 일이 '혼돈'스럽기 그지없다.

엊그저께 개각을 했는데 왜 개각을 했는지 극히 혼돈스럽다. 아무리 보아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인물이 그 인물인데, 왜 빈번히 사람을 바꾸어서 그래 아니라도 혼돈스럽기만 한 행정을 더욱 혼돈스럽게 하는가. 그 중 더러는 의원후보가 된다해서 그랬다면 왜 처음부터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앉혔으며, 후보 아닌 다른 사람은 장관으로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왜 또 갈아치우는가. 교육부의 경우 불과 2년 사이 세 사람의 장관이 들어서서 '장관풍년'을 만났는데 우리 교육을 위해서 인가, 아니면 모모 인사에게 장관자리 나눠주기 위해서인가. 어느 것이든 교육을 혼돈스럽게 하는 것임엔 차이가 없다.

얼마 전에는 옷로비와 파업유도 관계로 특검제를 했는데, 그 역시 왜 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시간이 갈수록 혼돈이 더해지고 있다.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며 특검제 할 때는 '과연 특검제 잘 했다'고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는데, 어느 날 특검제에서 한 조사는 모두 휴지가 된 양, 엉뚱한 사람이 구속됐다. 국민들이 위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버젓이 밖에 나와 활개치고 다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갑을 찼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정상 아닌 것이 수 없이 계속되고 부당한 것이 정당한 것으로 둔갑하는데 누군들 혼돈하지 않으랴.

헌법재판소에서는 군복무를 필한 사람에게 주는 가산점을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여성만을 상대해서 보면 부당한 차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남성을 대상으로 해서 보면 그것이 왜 차별인지 알 수 없어 또 혼돈이 인다. 더구나 힘깨나 쓰고, 돈푼깨나 있는 사람의 자제 중에서 군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보도에 접하면 더더욱 혼돈스럽다. 그런 심한 불평등, 그런 심한 불공정성과 불공평성, 심지어는 같은 민족끼리 차별감과 모멸감마저 느끼게 하는 그런 판결에 우리가 도대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그지없이 혼돈스럽다.

거기에 정부에서는 선거철 표를 의식함인지 군필자에게 계속 가산점제를 실시하겠다 해서 또 혼돈이 일어난다. 헌재(憲裁)에서 내린 판결을 정부가 앞장서 뒤집어도 되고, 정부가 앞장서 그런 '위헌'을 해도 되는 나라가 이 나라인가를 생각하면 아무리 냉정하려 해도 혼돈이 인다.

정부에서는 햇볕정책을 최고의 성공이라 선전하고, 구경꾼이 금강산을 10만 명이나 다녀 왔다해서 대북관계에서 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선전한다. 그래서인지 서경원이라는 간첩이 하루아침에 '통일역군'이 되고, 북쪽에서 간첩활동비로 받아온 돈이 '통일자금'이 돼서 여당연수원에까지 나와 강연을 했다니 뭐가 뭔지 전혀 알 길이 없어 혼돈스럽고, 며칠 전에는 중국 정부가 탈북 주민 7명을 북한으로 도로 강제 추방했다니, 더더욱 햇볕정책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끝없이 혼돈스럽다.

엊그저께 보도에는 북쪽이 이미 500만명 분량의 군량미를 비축하고 무기체계를 정비해서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 했는데, 그것이 허위보도인지, 아니면 국방부만 알고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는 것인지, 어쨌든 '햇볕'으로 김정일 체제에 계속 비위를 맞추려 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 '햇볕'의 햇살이 어떤 햇살인지 알 수 없어 혼돈스럽다.

정부는 어째서 그렇게 '혼돈'만 야기시키는가. 국민들을 어째서 그렇게 어지럽게 만드는가. 입만 열면 개혁이고, 그 개혁 잘못 됐다고 비판하면 반개혁세력으로 몰아 붙인다. 개혁을 하든 반개혁세력으로 몰아 붙이든 기준이 있고 원칙이 있어야 국민이 혼돈하지 않는다. 개혁을 설계하는 밑그림이 있고 미래도(未來圖)가 있어야 한다.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고, 밑그림도 없고, 미래도도 없으니, 어느 국민인들 머리가 돌지 않으랴. 혼돈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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