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담합 선거법 재협상하라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내놓은 선거법은 그야말로 나눠먹기식에다 잇속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그대로 둔 것이 무슨 정치개혁이며 새천년을 위한 준비인가. 오죽 했으면 청와대마저 나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성명을 냈겠는가.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30% 감축이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유독 국회와 정부만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민은 고생해도 괜찮고 관은 고생하면 안된다는 어떤 법칙이 있는 것인가. 그래도 정부는 흉내라도 내지 않았는가.

특히 선거구 조정문제에서는 더욱 한심하다. 게리맨더링의 세계적인 표본으로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윈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분구나 합구가 원칙대로 되지 않고 여야의 이익에 따라 멋대로 기준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느 특정지역을 살리기 위해 인구기준일을 같은 선거법을 어겨가면서 지난해 9월로 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렇게 하다보니 지역구가 오히려 5개 늘어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누가 의원이기주의 결과라고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단축하고 선거기사심의위를 두나하면 단체장에 대해서는 출마에 제동을 거는 조항 등에 이르러서는 분노를 느낀다. 공명선거로 정치발전을 이루기는 커녕 현역당선을 위한 정치를 하자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가 의원을 위해 있는 것인가.

또 석패율은 무엇인가. 유권자에의해 지역구에서 심판을 받았으면 그만이지 비례대표에서 살아날 수 있는 것은 무슨 조화를 부리자는 것인가. 외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면 무조건 우리나라에서도 맞는 제도라는 말인가. 외국의 문화나 정서상으로는 맞는 지는 모르겠으나 명분을 중히 여기는 우리문화와 정서상으로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 그러고도 무슨 낯으로 선거보조금은 올리려고 하는가.

위헌소지가 많아도 표의 등가성등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아도 여야의 이익에만 맞으면 그만인가.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현행법으로는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왜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는 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 낮은 정치수준을 높이기 보다는 지키려 하다니 정말 기가 찬 일이 아닐 수 없다.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선거법 개정안은 다시 협상해서 어느 정도는 국민적 여망을 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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