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향을 떠나 도시 생활을 시작한지 30년이 다 되어 가니 내 모습에서 시골스러움을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터이다. 그러나 가끔 '~했니더', '~아이니껴' 등 귀에 친숙한 고향 사투리를 만나게 되면 그말 언저리에서 그 옛날 한가로운 풀 뜯는 소 옆에서 팔베개하고 누워서보던 하늘도 보고, 이미 귀가 찢겨 나간 부채가 뒹구는 메주 냄새 밴 시골방도 보고, 농약 절은 땀냄새 풍기며 버스 귀퉁이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시골아저씨 모습까지 본다 함은 과장일까.
어린 시절 도시에서 내려운 아이들의 뽀얗고 부드러운 손에 비해 거칠고 까맣게 타버린 내 손이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또 학창시절 깡촌 시골마을에서 읍내로 유학왔을때에도 촌놈이라고 얼마나 놀림을 받았던가. 이것이 또한 나로 하여금 얼마나 열패감을 느끼게 했던가. 내게 있어 고향은 이처럼 낭패스런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이젠 정말 '촌놈'은 없다. 긴 세월 도시 생활속에 과거의 열패감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촌티를 벗어버린 것인지, 시골이든 도시든 별로 다르지 않은 모듬살이 때문인지, 이젠 거의 촌놈이라는 의식이 없어져 버린 것 같다. 촌놈이라 웬만한 육체적 고통쯤은 감수할 줄 아는 것이 미덕이요, 장점이었는데, 조금 몸이 피곤하기라도 하면 건강이 두려워지기 시작하니 다시 촌놈으로 돌아가기도 틀린 것 같다. 하긴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다가다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시골 출신들에게서 나 역시 촌놈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들 또한 어떻게 내게서 촌놈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이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물건들도 거의 사라져 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과거를 망각케 하는 것들 뿐이니 도리는 없겠다마는 내 아이들에게나마 내가 건강한 촌놈이었음을 보여줄 기회가 있을까. 아이들 데리고 고향 뒷산에 올라가 해거름에 밥짓는 연기가 마을을 감싸는 풍경을 한번이라도 보여줄수 있으면 좋으련만. 권오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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