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정후보 거명은 사전운동"

중앙선관위(위원장 이용훈)가 17일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경실련 등의 '공천부적격자 명단' 발표를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함으로써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선거운동을 '당락을 위한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 계획적 행위'로 정의하고, 경실련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공개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단체가 낙선·공천반대운동 등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특정선거에서 지지 또는 반대하는 특정 정당·후보자를 직접 거명해 공표하는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전체회의는 경실련 등의 '부적격자 낙천운동'에 대한 직접적인 유권해석을 내리기 보다는 앞으로 활발해질 시민단체의 선거개입 기준을 마련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운동이 아닌 단순의사 표시로 간주하는 행위에 대한 4가지 기준을 마련,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을 일정부분 허용하기도 했다.

정당이나 후보자의 이름을 거명하거나 단체 설립목적과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되지만 예를들어 환경운동연합이 환경과 관련된 선거사안에 대해 의사표시를 하거나, 소비자 운동단체가 소비자와 관련된의사표시를 할 경우 이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총선시민연대의 경우, 다양한 설립목적을 가진 4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의견개진을 할 수 있으나 특정 정당이나 특정후보자의 이름을 거명할 경우에는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처럼 경실련 등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공개가 선거법에 저촉이 된다는 입장을 정리하면서도 노조를 제외한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87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키로 함으로써 시민단체의 입장도 배려하는 모습을 취했다.

결국 선관위의 이날 결정은 시민단체의 선거관련 활동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정법의 테두리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한편 선관위는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단체를 '공익성을 지닌 사회단체'로 제한해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계모임 등 사적인 모임은 우선 배제키로 했다.

또 정치활동이 금지된 △새마을운동본부,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특정법에 의해 설립되고 국가보조를 받는 단체 △재향군인회 등 법령에 의해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 △후보자나 그 가족이 설립 운영하는 단체 △특정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 △의료보험조합 등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사회단체라 해도 노조의 경우처럼 시설물이나 유인물을 통해 유권자에게 직접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허하고 소식지, 게시판 등을 통해 내부구성원에게 지지·반대의사를 밝히고 정당연설회에 참석해 연설할 수 있게 하는 수준에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또 선거법 87조가 개정돼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이 허용되더라도 선거기간 개시일 전에 이뤄지는 선거운동은 모두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결국 선관위의 이날 결정은 실정법의 틀과 선거운동 자유 확대라는 여론 사이에서 고심한끝에 일단 현행법을 존중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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