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성마비 김경진씨-45년만의 첫 외출 "새 인생 출발"

2000년 1월. 새 천년 새해를 누구보다 뜨겁게 가슴으로 맞이한 김경진(여·영양군 영양읍 현리)씨. 태어나서 45년동안을 집안 한쪽에 갇혀 보냈던 김씨가 새 천년 새해를 맞아 바깥 나들이를 했다.

"지난 45년의 세월은 눈물겹도록 외롭고 힘든 나날이었어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저의 고통을 새천년에는 다시금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올해로 만 45세가 된 김씨에겐 2000년이 어떤 해보다 가슴벅차고 희망일 수 밖에 없다.

태어나면서 부터 뇌성마비로 몸이 뒤틀리고 팔다리를 쓸 수 없는 신체장애와 언어장애를 앓았던 김씨는 45년간 치료받을 엄두를 못내고 지금까지 장애를 운명으로 짊어지고 살아 왔다. 바깥 구경은 엄두도 못내고 집 한켠 2평 남짓한 곳에서 45년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녀가 지체장애인 1급으로 등록돼 매달 정부로 부터 10여만원의 보호비를 받은 것도 불과 3년전. 딱한 처지를 알게된 한국지체장애인연합회 영양군지회(회장 김병인)가 나서면서다.

장애인협회 김회장과 회원들은 이후 1주일에 한번씩 그녀를 찾아 말벗이 되어 주고 청소 등의 재가 장애인 가정지원 사업으로 김씨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런 김씨가 이들의 도움을 얻어 지난 10일 45년만에 첫 외출을 했다.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잃어버린 45년의 세월을 지금부터 하나씩 다시 챙겨 저보다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미용실에서 쑥대머리를 단발로 단장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장애인 단체 여성회원과 함께 대중목욕탕에도 들렀다. 45년간의 아픈 기억을 잊으려는듯 그녀는 씻고 또 씻었다. 첫 외출에서 맛 보았던 볶음밥과 한벌의 새 옷에서 느낀 싱그러움과 달콤함. 그녀는 이제 인생을 새로 시작한다.

영양·嚴在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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