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도 남의 남

동물 중에는 혼자서 살아가는 동물과 떼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이 있다. 혼자서 살아가는 호랑이는 남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혼자 힘으로 먹이를 잡고 또 혼자서 새끼를 기른다. 그래서 혼자만 있다. 그러나 떼를 지어 살아가는 사자가 먹이를 잡을 때는 무리가 조직적으로 협력하며, 새끼들도 공동으로 나누어 먹인다. 그래서 남(他) 사자도 있게 된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공동체로서 살아간다. 나는 교수하는 업(業)만으로 의식주를 해결한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며, 따뜻한 밥을 끼니때마다 먹을 수 있으나 전적으로 아내 몫이다. 사회적 생활 속에는 나와 남이 있어도 각자의 분업에 충실하며 상호협조하고 우애있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공동체 무리 속에는 언제나 남의 밥의 콩이 더 크게 보이며, 나만 있고 남이 없는 사람들이 있게 되고, 이들은 많은 남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스트레스는 몸의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면역기능, 내분비기능,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흔들어 놓기 때문에 치명적인 병(특히 암)의 근원이 된다고 한다.

물질세계 중의 서로 떨어져 있는 분자들- 예를 들면 수소와 산소- 간에는 서로 약한 인력(引力)이 언제나 작용한다. 이들간의 거리가 더욱 가까와져서 일부 겹치는 정도의 적정거리로 되면 상호간의 인력이 최대로 되어 안정된 결합, 즉 합체(合體)하게 되어 새로운 물질 즉 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이들간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여 상대 분자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려면 반발척력(反撥斥力)이 강력하게 행사되어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하고 만다.인간세계 중의 어떤 모임이나 구성원간에 나와 남이 있어도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입장과 형편을 이해해 주며 무례하게 간섭하지 않을 때 즉 남의 의견과 인격을 존중해 줄 때 비로소 서로 좋은 나와 남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게됨을 물질세계가 보여주는 것이리라.

말을 아끼고 조심하며, 남에게 스트레스받게 하지 말자. 나도 남의 남이기 때문이다. 문재덕.경북대 교수.전자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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