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김대중 대통령이 몰랐다니

선거법 개악 추진에 대해 국민이 분노를 표시하자 여야는 부랴부랴 선거법 협상안을 다시 수정하려고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회의 지도부를 불러 합의안 재검토를 지시했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보인 청와대의 태도는 정말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정치개혁을 목표로 추진한 선거법 개정이었는데도 그 과정이 시원찮게 진행되었었고 또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감표시의 성명만 냈다. 그러다가 국민여론이 나빠지니까 개정을 지시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대변인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협상내용은 세밀하게 보고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말해 마치 대통령이 몰랐는 것처럼 변명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경제개혁외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정치개혁이다. 이는 국민적 합의도 있은 사안이다. 이렇게 중대한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청와대의 의사소통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증명하고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정권의 차원을 넘어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만약 알았으면서도 모른 채 했다면 이는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대통령을 욕보이는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보면 대통령은 선거법 협상안을 보고 받았을 것이다. 특히 국민회의 총재이기도 하면서 여야의 협상안을 보고 받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왜냐하면 정치개혁을 하려는 대통령인 만큼 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 오히려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뒷북치기에 대한 비판은 여야가 모두 받아야 한다. 모두 똑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국의 이니셔티브는 어디까지나 여권이 쥐고 있고 또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여권에 있으므로 여당의 책임이 더 큰 것이다.

뒤늦게나마 여야 모두 의원수를 줄이고 갈라먹기식 선거구 조정도 윈칙대로 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왕 내친김에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석패율제도도 없애는 쪽으로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론에 이끌려 현실에도 안맞는 너무 튀는 개정을 한다면 이번에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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