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는 '지혜의 바다'라는 뜻으로 티베트 불교인 라마교 교주의 총칭이다.
중국군의 1950년 티베트 침공때까지 포탈라궁에서 3천개가 넘는 사찰과 30만, 40만에 이르는 라마승을 통솔했던 현재의 달라이 라마는 14대. 선대의 입적일에 출생한 영아를 전생자(轉生子)로, 지위계승을 받은 달라이 라마는 누가 뭐래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다. 중국군의 진입후 59년, 인도의 다름살라에 망명 정부를 수립해 비폭력 평화주의에 입각한 독립운동을 계속해 온 그는 89년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오는 4월, 그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서울대 총불교회도 그를 초청한 것은 비폭력 운동과 인간의 내적 평온, 문명과 동떨어진 것에 대한 동경 등 그의 내면세계에 접하고자 함이다. 그의 초청시도는 이미 지난 90년의 세계 불교도 우의회 서울총회를 비롯, 94년과 96년 등 세차례나 있었지만 중국과의 수교 이전이나 이후 모두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부측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우리 정부가 정치목적이 전혀 없는 학생들의 학문적인, 종교적인 욕구 자체도 채워줄 그릇이 못되는지 알 수가 없다. 또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는 달라이 라마의 희망을 이번에도 저버려야 되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번번이 이렇게, 저렇게 변명을 하지만 중국과의 문제가 생길때마다 국민들은 독립주권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에 대단한 상처를 입어 왔다고 느끼고 있다. 비정치적 목적에도 중국에 특히 과공(過恭) 일변도인데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간판을 국제사회에 내다 걸 수 있겠는가. 탈북주민 7명의 일방적인 북송조치를 당하고도 변변히 항의 한마디 못하고 뒷북치는 것만 능사일 뿐이다. 내놓고 할말은 아니지만 달라이 라마의 방한문제는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현안 해결을 위한 카드로 쓸 수도 있다. 민간단체도 아닌, 명색 한 나라의 정부라면 그 정도의 내밀한 방략(方略)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 얘기만 나오면 마치 불위에 얹은 오징어처럼 오그라 들기만 하는 정부의 소국근성에 국민들은 입맛을 잃고 있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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