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7년 참치 연승 시험조사선이 인도양에 첫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후 70~80년대를 거치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 43년이 지난 현재는 세계 3위의 원양어업국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오늘도 550여척의 원양어선들이 세계 5대양 24개국을 누비며 참치, 명태, 오징어, 꽁치 등 각종 수산물을 어획해 수출과 함께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원양어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산물 생산량인 283만여t(98년말 기준)의 25%를, 수출은 전체 59만400여t중 54%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1차산업이다. 특히 국내 연근해 수산업이 한일어업협정 이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양어업의 중요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한성기업 김종률 과장은 "연근해 수산업은 국내 소비물량만 담당하고 있지만 원양어업은 국내 소비물량과 수출을 겸하고 있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주로 남태평양과 인도양, 포클랜드 어장에서 참치와 오징어를, 러시아해역에서 명태를 잡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참치는 대부분 일본 수출용과 국내시장 참치캔용으로 소요되며 오징어는 국내 수급량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명태는 국내 소비량의 97%를 원양에서 잡거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마리당(30~40㎏기준) 30여만원씩이나 하는 고가의 말로만 듣던 참치가 우리 밥상에 올라오게 된 것도, 명태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원양어업 덕분이다.
남태평양과 인도양 등지서 잡은 참치는 대부분 일본에 횟감용으로 수출(3만3천t, 98%차지)되고 있으며 일부는 참치캔으로 만들어져 태국 등 동남아 시장과 국내 식탁에 오른다.
원양업계는 새 천년을 맞아 수출 비중을 더욱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최대 목표로 정하고 수출선 다변화와 가공 과정을 통한 고부가가치 상품수출 등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적 원양업체인 동원산업(주)은 그동안 원양에서 어획한 참치를 그대로 일본에 수출한 데서 벗어나 국내 냉동창고를 활용한 수급 조절을 꾀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1차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일본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 가공공장을 거점으로 유럽시장 수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대림수산(주)은 중국 칭타오에 있는 임대건물을 자체 가공공장으로 설립해 게맛살과 대구 필렛의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키로 했다. 또 건조어묵과 연육 가공으로 인도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수출선 다변화 전략을 마련했다.
한성기업과 사조산업도 해외수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 전략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시장 개척에 힘을 쏟기로 했다. 오징어채낚기협회도 오징어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지원 요청과 함께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로의 수출상담을 적극 꾀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가 해외시장 개척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지난 94년 11월에 발효된 유엔해양법에 따른 연안국들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선포로 주요 원양어업의 터전인 해외어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다 연근해 해역에선 자원 감소로 생산성이 격감하는 등 어업 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해도 트롤어업이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해 지난해 11월30일을 끝으로 조업 역사를 마무리함으로써 연간 5만여t의 조업 손실을 안게 됐다. 해당 연안국가에 지불하는 입어료도 매년 인상돼 지난해만도 1억2천만달러를 냈다.
최근 10년간 원양 생산량을 보면 92년도 한차례 100만t을 넘어섰을 뿐 매년 80여만t을 넘나드는 수준에서 맴돌다 96년부터는 70여만t 규모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원양어업협회 반진건 부산지부장은 "갈수록 각 국간 견제가 심해 조업구역이 좁아지고 있어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입어료마저 매년 인상돼 원양업계는 이중삼중의 고충을 겪고 있다"며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신어장 개척과 해외수출에 적극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원양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원양업계는 올해를 도약의 해로 삼고 있다. 환율이 안정적이고 주 수출국인 일본시장의 참치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수출 환경이 밝기 때문이다.
참치캔 시장은 지난해 t당 400달러선이었던 데 반해 현재는 650달러까지 올랐으며 올 하반기에는 8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 3억7천여만달러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수출액 2억여달러를 훨씬 능가했으며, 95년부터 감소세를 보여오던 수출액이 최근 3년동안 오름세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성장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노후화된 원양어선의 교체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국내 원양어선의 평균 선령은 16년 이상돼 안정적인 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0년 이후 지금까지 단 1척도 선박 건조가 없었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 해마다 10여척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으며 선령이 10년 이상되면 정부가 매입, 폐기처분하고 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연안국들의 조업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도 일본과 같이 정부 재정 지원으로 이들 국가에 선원학교를 지어주거나 어업기술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교류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편 시험조사선을 투입, 신어장 개척에도 발벗고 나서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해외어장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특히 미국이 자원 감소를 이유로 지난 92년부터 한국 등 조업국들의 조업을 반대해왔으면서도 올해 자국어선의 쿼터량은 늘린 북태평양 중부 베링공해에서의 명태잡이가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사조산업 김정수 수산사업본부장은 "일본내에서 원양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그들은 해양 주권의 미래를 위해 지원과 함께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세계 3위의 원양어업국으로 성장한 것이 20세기의 성과였다면 21세기를 맞아 당당히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해 오늘도 원양어선은 닻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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