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열린 모 지역의 여성단체 신년교례회의 한 장면.
밀레니엄 인사를 위해 수백명의 여성들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모여들었다. 21세기 여성시대를 맞아 열리는 첫 신년교례회는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를 지녀서 남다른 기대를 걸기에 알맞았다. 나름대로 포부와 신년설계를 가슴에 품은 여성계 신·구지도자들이 속속 입장하여 인사를 나누었다.
예년과 비슷한 일정으로 축사에 이어 내빈소개·건배제의·친교의 시간이 이어졌다. 평년과 다른 점은 새천년을 맞아서 여성들의 각오와 결의를 다진 메시지가 채택된 것이었다고나 할까.
이날 여성계 신년교례회에는 어느해나 마찬가지로 중앙·지방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고, 참석한 정치권 인사 모두 내빈으로 소개됐다.
하나도 달라진 모습이 아니었다.
"왜 매년 똑같은 얼굴만 피동적으로 소개받아야돼요? 중앙과 지방의 주요 남성인사들과 선배여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뉴리더 여성들을 발굴하여 소개하면 그들이 얼마나 용기를 얻을까요"
비교적 젊은 여성계 인사들은 "선배 여성지도자들이 차세대를 짊어질 뉴페이스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채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찾아내서 키워주는 섬세한 작업정신을 갖는게 바로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못박았다.
지난해 열린 미래여성회(회장 이정옥 위덕대 신라학연구소장) 창립총회 때의 일이다. 50여명의 전문직 여성과 전업주부가 모여서 여성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후배 여성의 사회 참여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모인 이 여성회에서는 창립식때 단상에서 기존의 관념을 벗어버렸다.
꼭 필요한 인물들을 단상으로 모셨을 뿐 관행상 유명인사를 얼굴마담(?)처럼 모시는 일을 거부했다. 으레 기념식에 참석하면 단상에 오르던 일부 인사측으로부터 항의가 따랐고, 여성계 선배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취지는 잘 알겠지만 지도급 인사들을 당연히 단상에 모셔야 하지 않겠느냐"는 원로급 여성계의 조언을 미래여성회측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오히려 미래여성회가 지향해야할 방향과 운동성에 도움을 줄 인사들을 단상으로 초청한 후의 평가는 "참신한 발상이었다"는 것으로 메아리쳐왔다. 이 단체는 경주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단체의 창립식부터 여성단체의 세부적인 운용방법까지 기존단체의 관행답습을 탈피했다.
또한 이 단체는 회원을 전국적으로 공개 모집, 공간적인 제약성을 벗어던졌고, 회원 모두가 후배여성들을 위한 특강에 스스로 동참하도록 만들어서 누가 더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누가 덜 비중있는 역할을 하느냐는 잡음을 없앴다. 최근 수능을 마친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지도에서도 이 단체의 많은 회원들이 적당한 여고나 대학을 찾아가서 취업과 진로상담을 벌였고, 이에 감동받은 여고 졸업생 한명은 전국 2.5%의 우수한 성적을 받고도 유명 대학 대신 특강을 나간 미래여성회 멤버가 소속된 대학에 특차지원하는 용기를 보여 주변을 깜짝 놀라게했다.
대학측에서 4년 전면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유학까지 특별지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래여성회 이정옥대표는 "단체의 민주적인 운영과 여성단체활동의 반사이익을 내주머니에 챙겨넣지 않고, 사회와 후배여성에게 환원하는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21세기를 맞은 여성단체들의 세부적인 운영방침이 바뀌어야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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