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 축사에 남녀 있나요

대구에 첫 여성주례가 등장, 혼례문화에 새로운 풍속도를 그리게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문신자 대구신암초등학교장. 문 교장은 지난 14일 대구 궁전예식장에서 열린 전 국가유도대표 이재윤(29)씨와 배상희(26)씨의 주례를 맡아서 3분50초간 주례사를 했다.

문 교장은 "인생선배로서 신랑신부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라, 서로 존경하는 심성을 가져라, 그리고 신뢰가 있고 사랑이 듬뿍 담긴 대화를 풍부하게 나눠라"고 간결하게 당부했다.

이날 여성인 문 교장이 주례로 들어서자 시끌하던 결혼식장은 돌연 물끼얹은듯 조용해져서 일순 긴장감마저 돌았다. 그러나 깔끔한 주례사를 포함해서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나자 "상식을 깼다. 여성주례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주례신청이 쇄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구처럼 보수적인 풍토에서 여성주례라니 당치도 않다고 강하게 반대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혼주까지 찾아와서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문씨에게 주례를 당부한 사람은 신부 배상희씨의 친정아버지 배만현(대한농원 대표)씨. 나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배씨는 딸의 청첩장에도 꽃씨 한봉지씩을 넣는 등 딸혼사에 남다른 정성을 들였다.

"꼭 주례를 부탁한다"는 배만현씨는 대구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여성주례에 대해 대만족을 표현했다.

한편 남성일변도의 결혼주례는 최근들어 변모하기 시작, 수년전에는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정선. 이광오(영남대교수) 부부가 공동주례를 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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