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낙선 및 정보공개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도 불구, 총선연대가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공천반대인사 명단 발표를 강행키로 하고 경실련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선언함으로써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지난 10일 사실상의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경실련은 18일 '합법운동의 틀을 넘는 보다 직접적인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 아래 2차로 15대 현역 의원 296명의 국회 본회의 출결현황 분석자료를 공개했다.
경실련의 이번 발표와 추가로 계획된 의정평가 등 후보자 정보 공개 및 공약비교 등을 통한 정책대안 제시, 선거법 87조 폐지를 비롯한 법·제도 개선 등 각종 운동 아이템 가운데 불법 소지를 안고 있는 것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경실련이 총선연대를 지지하며 연대의사를 내비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 10일 발표한 명단을 추스려 재공개하는 것도 검토하는 등 선거법 불복종 운동을 본격화할 태세여서 총선연대의 20일 리스트 공개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있다.
경실련은 "공익을 위해 후보자나 출마 예상자에 대한 진실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이 아닌데도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란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선거법 제254조, 87조, 58조에 대한 불복종운동을 표방,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실련은 특히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려는' 정치권의 압력과 로비 때문이라고 분석, 투쟁 대상이 정치권임을 분명히 했다.
우선 당장은 낙천, 낙선운동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총선연대의 향후 움직임과 이에 대해 정치권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특히 낙천, 낙선운동을 표명한 총선연대와 민주노총 등간의 공조가 급류를 탈 경우 노동계의 연례적인 '춘투'와 맞물려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시민단체 주변에서는 일단 명단에 오른 의원들이 총선연대측을 상대로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 등을 걸어 무더기 고소·고발할 수도 있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불사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상하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언론이나 단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될 명단에 대한 공개 및 배포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내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0일 경실련의 리스트 공개 당시 상당수 의원들이 소명자료 제출 등 '조용한' 해결책을 선택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의원들이 선뜻 강경 대응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자칫 시민단체에 강경 대응하게 되면 여론의 시선 집중과 함께 집중 포화를 초래, 지지율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과 선관위의 향후 대응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과 선관위는 공개적인 낙천·낙선운동뿐 아니라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공개 운동'도 필요에 따라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총선연대의 명단발표는 노조 이외 단체의 선거후보자 지지 및 반대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87조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254조 등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게 검찰과 선관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검찰이나 선관위가 총선연대 관계자들을 즉각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선택할 지는 미지수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시민단체와 정치권간의 대결이 가속화되면서 총선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자 모두 피해가고 싶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과 시민단체간의 신경전은 극한적인 파국 보다는 총선기간중 내내'뜨거운 감자'로 남을 공산도 적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가 유권해석 발표 직후 총선연대에 전화를 걸어 "우리도 선거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으니 우리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는 총선연대측 전언은 선거법 개정여지 등 많은 변수를 안고 있는현실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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