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란 어떤 것일까. 고대 중국인들은 요순시대의 격양가에서 '…우물을 파 마시고 밭 갈아 배 채우니 내 살아가는데 임금의 힘 있으나 마나일세'라고 노래하면서 백성들이 권력의 힘을 전혀 느끼지 않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통치를 선정(善政)의 극치로 꼽았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 교수는 훌륭한 정치란 동화속의 마술사가 마법의 피리를 불어 온 마을의 쥐들이 춤추며 뒤따라 오게 만들었듯이 온 백성이 기꺼이 지도자를 따르게 하는 정치라고 했었다.
결국 양쪽을 집약하면 좋은 정치란 '권력이 최소화 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정치'란 말로 귀결된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외면한채 걸핏하면 검찰권을 발동하고 세무사찰의 칼날을 조자룡 헌칼 쓰듯하는 권력 과잉의 우리 정치 수준은 보나마나 뻔한 일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요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낙선운동은 단순한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한 운동이 아니라 이처럼 잘못된 정치와 수십년동안 무사안일속에서 제몫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정치인 전체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의 표현이자 꾸짖음이라 믿는다.
토인비고 지도자가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피리'를 불고 있는동안 백성들은 가시밭길도 마다않고 기꺼이 그를 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창의성과 성실성이 떨어지고 부패하게 되면 그의 피리는 마력을 잃고 그동안 깊이 잠들었던 백성들이 깨어나 빗나가고 있는 지도자에 항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확산되고 있는 낙선운동도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주권자인 국민들의 제권리 찾기 운동인 것이다. 정부수립후 지난 50여년동안 분단 조국의 현실 앞에 이 백성들은 항변하기보다 인내하고 도전하기보다 협력하면서 정치인들이 견인차가 되어 민족을 도약시킬 '마법의 피리'를 불어줄 날을 고대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한 것이었다.
여야3당은 지난 4년간 유권자를 무시한 채 말도 안되는 담합을 일삼았나하면 돈 앞에 무력했고 권력앞에 후안무치했다.
정치개혁은 커녕 "이러다간 나라가 결딴 나겠다"는 위기감까지 팽배할 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린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의 낙선운동은 이 백성들의 정치권에 대한 항변의 표시이자 선진 정치를 향한 마지막 몸부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때문에 여야 정치인들은 당리당략과 자신의 당선 여부에 초점을 맞춰 이 문제에 격렬히 반대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그동안 부패, 무능했던 국회에 대한 국민의 꾸짖음'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낙선운동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 우리는 공감한다. 우선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나름대로의 잣대로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된다'고 실질적인 공천권을 행사할 때 오는 혼란을 어떻게 막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또 이 운동이 자칫하면 여당을 일방적으로 도우고 야당은 결정적으로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일리가 있는 지극히 당연한 지적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야 구분없이 정치권 전체가 요지부동으로 개혁을 거부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데도 언제까지나 멍군장군식의 딴전만 피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답답한 것이다.
나는 이번의 낙선운동이 꼭 특정인을 낙선시키는 것 이상으로 정치인들을 자각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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