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사고(史庫)를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봉화군이 국비 등의 예산을 확보, 복원 계획까지 마련했으나 이에 따른 효과가 의문시되고 지주(地主)인 사찰측의 반대에 부딪쳐 차질이 예상된다.
봉화문화원과 지역 민간단체 등은 "조선후기 5대 사고의 하나인 태백산 사고가 해방을 전후해 소실된 후 지난 88년 사고지(史庫址) 발굴조사가 이루어졌으나 그동안 방치되다시피했다"며 지난해 4월부터 군민서명운동을 전개하는등 사고복원 운동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봉화군은 지난해 하반기 5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각화사에서 사고지까지 진입로(1·5km) 개설과 선원각, 실록각, 근천각 등 주요시설과 주변을 연차적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92년 복원된 오대산사고 등이 당초 기대했던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원후 관리비 등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고 있어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열악한 봉화군에서는 선뜻 복원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태백산 사고지의 땅 주인인 각화사에서도 "종단(조계종) 차원에서 이 절을 문경 봉암사와 함께 참선 수도 도량으로 육성시킬 계획이어서 이 사고가 복원될 경우 수도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높다"며 사고복원을 반대하고 있다.
군은 사찰측에 사고 복원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조계종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복원에 차질이 예상된다.조계종과 각화사는 동안거(冬安居)가 끝나는 오는 정월 보름에 원로회의에서 최종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봉화군 춘양면 각화산 중턱에 위치한 태백산 사고는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실록 보관의 적지로 조선 선조2년(1606년)에 건립돼 1910년까지 300여년 동안 조선왕조실록 848책을 보관해 왔다.
이 사고는 해방을 전후해 불에 타 소실되고 터만 남은채 방치되다 지난 88년 대구대박물관의 발굴조사로 실록각지·선원각지·포세각지·근천각지 등 건물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뿐 아니라 세부구조도 규명됐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해 왔던 조선후기 5대 사고중 오대산·전주·강화도 정족산·무 주 적상산 사고는 이미 복원됐으나, 태백산 사고는 지난 95년 고작 2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사고지 축대와 난간을 보수했을 뿐 지금까지 사고복원 등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金振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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