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잃어버린 낙원 낙동강 하구-(1)어제와 오늘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평가되기도 했던 낙동강 하구는 이제 찾아오는 철새의 수가 대폭 줄어들고 재첩마저 사라져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낙동강하구는 현재 문화재보호구역, 자연환경보전지역, 연안오염특별관리해역, 자연생태계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있으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은 계속되고 있고 행정기관의 관리는 여전히 허술하다.

낙동강하구의 과거와 현재 특히 낙동강 하구언 축조전후의 상황을 조명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람사협약 가입 등 보존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특별기획물을 10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재첩국 사이소" "재첩국 사이소"

아침마다 기상나팔 소리같이 부산시민의 단잠을 깨웠던 이 외침은 이제 아련한 추억속에만 남아있다. 이제는 낙동강 하구에 재첩이 없어 부산에 재첩국 행상도 없다. 낙동강 어귀에 그렇게 많던 재첩이 강물이 흐려지면서 어느새 사라진 것이다.

낙동강 하구는 한때 동양에서 가장 많은 철새가 찾아오는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이제 국내에서도 다섯 손가락안에 들지 못하는 '실락원'이 되고 말았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이 곳에는 200여종의 철새가 잠자리와 먹이를 찾아 날아들어'물반 새반'이라는 말이 그 수를 가늠하게 하는 잣대였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부는 지난 66년 낙동강 하구유역 12만5천360㎢를 천연기념물 제179호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환경부도 지난 82년 연안오염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하는 등 이 곳은 현재 모두 5종류의 국가지정 보호구역이 설정돼 있다.

그러나 70년대 밀어닥친 산업화의 물결은 낙동강 하구에도 여지없이 찾아와 74년 을숙도에 설치된 노천 분뇨처리장을 시작으로 천혜의 자연보고는 조금씩 멍들어갔다.

지난 83년에는 하구둑 건설을 위해 을숙도 주변 1천800여㎢를 문화재보호구역에서 해제했고 이어 녹산·신호공단 조성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1만6천여㎢를 지정구역에서 해제했다.

이 때문에 철새들에게 쉼터와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던 개펄은 딱딱한 콘크리트로 뒤덮여갔고 88년 3만㎢에서 현재는 23.6㎢로 개펄의 규모가 형편없이 줄었다.

게다가 낙동강 하구의 수질은 지난 80년 이후 고도의 정수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3급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갈수기에는 공업용수에 해당하는 4급수를 넘나드는 실정이어서 수많은 동·식물이 자취를 감추거나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88년 100종에 이르던 낙동강 하구의 어류는 95년에 35종만 발견됐고 지난 79년 366종이던 식물은 현재 61종만 발견되고 있다.

수질악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는 87년 낙동강 하구둑 준공 이후 더욱 가속화돼 42종이던 연체동물과 96종이던 갑각류는 각각 27종과 50종으로 대폭 줄었다.

철새가 먹을 것이 고갈되고 있다는 얘기다.

낙동강 하구에 광범위하게 설치돼 있는 불법 정치망과 조개·해태 양식 등을 관리하는 고속 발동선의 요란한 소리는 철새를 내쫓고 있다.

부산 사하구청과 강서구청은 해마다 낙동강 하구에서 2천여개의 불법정치망을 철거하고 있으나 그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97년 환경부가 전국의 철새 도래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낙동강 하구는 전국 8위로 밀려났을 뿐 아니라 1위인 충남 서산 간척지에 비해 그 수가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하구지역에 들어선 공단에서 배출하는 폐수 역시 철새들이 더 이상 이곳을 찾기를 꺼리도록 만드는 주 요인의 하나다.

지난 95년 부산시 사하구 신평·장림공단 부근 퇴적토에서 맹독성 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의 농도가 경남 김해시 봉림동 강변(2ppb)보다 무려 4천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부산 사상공단에서도 100~1천300ppb가 검출됐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