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대담-(5)도시개발

참석자

◈장태옥(영남대 행정학과 교수)

◈김철수(계명대 도시공학과 교수)

◈깅성규(매일신문 체육부장·사회)

참석자

◇장태옥(영남대 행정학과 교수)

◇김철수(계명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성규(매일신문 체육부장·사회)

▲사회21세기의 국제 조류는 우리에게 세계시민으로의 편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인구 규모면에서 보면 250만명을 가진 대구는 세계적 도시이지만 현재의 모습은 20세기 촌락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21세기 대구가 지향해야 할 컨셉트를 설정한다면.

▲장도시의 성쇠는 생명있는 유기체의 성장, 발전이라는 메커니즘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간 경쟁 못지않게 세계 유수도시들의 21세기 화두 역시 경쟁력이다. 경쟁력 없는 도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무절제한 개발우선의 도시구조에서 대구만의 '질서'를 찾아내 쾌적한 환경,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변화시키는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

▲김도시의 경쟁력은 달리 '도시의 개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도시공학적 관점에서 대구의 도시기능과 공간구조, 이미지에서 대구만이 할 수 있는, 또 대구만의 개성을 찾아 국제화, 세계화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구의 전통이 살아 있으면서도 푸른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녹색·수변도시, 노약자들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복지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

▲사회우리가 부응해야 할 세계도시 속에서의 관점에서 볼때 현재 대구시의 현주소를 간단하게 개괄한다면.

▲장최근 대구가 겪고 있는 경제적 불황과 심한 정체 현상도 그동안 급속히 진행되어 온 세계경제의 세계화에 미리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의 도시경제는 비교우위에 있는 업종의 분업화로 경쟁이 심화돼 왔으나 대구는 경쟁력없는 중·저급의 섬유직물 생산 중심도시에 안주해 온 것이 이제는 굴레가 되고 있다.

▲김전방위로 진행되는 경제전쟁과 정보화추세에 따른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구가 생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른 바 세계도시(global city)다운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금융, 서비스업, 연구 및 교육기능 등을 적극 유치하거나 육성해서 국제사회에서 성가를 높이는 것도 전략중의 하나 일 것이다. 또 컨벤션산업을 육성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대구산업의 국제홍보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국제도시의 요건이다.

▲사회그러면 세계도시는 어떤 도시를 말하며 대구와 비슷한 조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세계도시로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사례는 없는가.

▲장세계경제나 문화적으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시를 세계도시로 정의할 수 있다. 섬유, 철강도시로 유명했던 보스턴, 피츠버그가 좋은 예다. 얼마 전까지 매년 수만명의 인구가 빠져 나갔으나 지금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됐다. 보스턴은 소프트웨어산업으로, 피츠버그는 국방·의료 등의 전략산업과 첨단산업으로 발 빠르게 도시 기능을 재편, 국제적 명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사카는 대구와 비슷한 분지임에도 세계 첨단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은 실리콘 밸리도 좋은 본보기다.

▲김일반적으로 국제도시의 분류지표인 국제적 교통중추기능, 금융·서비스·정보 산업의 고도화, 인구·교육 기능, 컨벤션 및 전시 기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도시는 세계도시로 볼 수 있다. 특히 밀라노, 싱가포르, 취리히 등은 규모가 크지 않은 도시임에도 환경을 잘 활용한 세계도시로 꼽힌다.

▲사회기존의 도시계획으로는 대구가 세계도시로 발전하는 데는 많이 미흡한 것 같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도시 기능과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보나.

▲장대구가 세계도시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세계로 열린 관문, 즉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의 항공교통 중심축은 못되더라도 세계의 주요도시를 잇는 국제정기노선과 이에 걸맞은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대구가 비교우위에 있는 환경을 활용한 산업 고도와 다원화가 필요하다. 기존 섬유산업 일변도로는 이미 한계상황에 왔다. 국제공항의 경우 현재의 제한된 이용객과 군사겸용으로는 시설을 확충한다 하더라도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발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그렇지만 현재 이용객이 부족 하더라도 긴 안목에서 신국제공항을 목표로 하는 개발 전략이 절실하다. 경제구조에서도 섬유산업은 의류패션위주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대구지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한의학이나 생명공학, 전자·자동차·컴퓨터산업, 서비스분야의 고도화와 함께 이들 업종간 연계화작업이 있어야 대구경제가 살아 남을 수 있다.

▲김덧붙여 말한다면 국내외 회의 및 집회, 무역박람회, 각종 축제 등 컨벤션산업에도 발 빠른 투자를 펼치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또 테크노파크 조성 등의 산업기술 연구기관, 고급인력 양성기관, 금융·서비스업도 대구가 체계적인 투자전략을 만들고 실천에 옮기면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 새 세기는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따라서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 도시계획의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한 도시 기능과 구조의 효율적 배치 문제는.

▲김무분별한 도시의 평면적 확장으로 주위 자연경관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현행 토지계획에서처럼 기개발지와 미개발지로 나누는 개발방식은 잘못된 방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균형있는 도시발전을 이루려면 업무, 상업, 제조기능을 재배치하기 위한 도심기능 개편에 대한 투자도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쾌적한 환경과 관련해서는 기존 공단의 재배치 문제가 걸려 있다. 제3공단,위천공단 등의 기능을 명확히 하고 이를 이전할 것인지 아니면 생산기반을 그대로 두면서 개선시킬지 분명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장북서쪽의 재래공단을 주거지 등으로 용도변경 하는 것보다 산업을 재배치해서 기존 용도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용도변경 만능의 개발은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회대구가 지향해야 할 새 모습과 관련해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김21세기 도시발전의 패러다임은 환경친화적, 인간중심적 도시건설이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면서도 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과도기지만 행복지수를 높이는 도시계획은 각국에서 거스를 수 없는 원칙이 되고 있다. 개발방식도 분산과 집중을 합리적으로 안배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세분하면 푸른 숲이 넘치는 녹색도시, 보행자와 자전거가 넘치는 에너지 절약형 도시, 개발에 시민참여가 활성화 되는 도시, 여성·장애인·노약자 등 핸디캡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도시라야만 선진형 세계도시로 평가받을 수 있다.

▲장환경복지적 관점에서 신천, 금호, 낙동강의 연계개발을 적극 추진하자. 도심을 흐르는 신천에는 문화공간을 배치하고 금호강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며 여가, 위락시설을 개발하면 어떨까. 낙동강은 현풍,구지, 왜관, 구미를 아우르는 산업벨트화 해서 첨단산업과 환경친화적 기업을 유치하도록 애써야 한다고 본다. ▲사회문화도시, 첨단·기술집약도시, 교통정보도시로 가기위해 도시공학적으로 기능별 구조조정도 시급하지 않는가.

▲김지역개발이 센터 일변도의 중심지개념에서 네트워크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에 맞춰 경산, 달성 등지의 편입지와 구미, 고령, 성주 등지와도 연계된 대구시의 주거, 생산, 여가(레저), 교통기능을 재분배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구미·성주(농업), 경산(주거, 교육), 달성·구미(제조 및 배후도시) 지역에 각 기능을 분산하면서도 군집화시키는 광역적 계획안이 마련되야 겠다. 도심지내의 주거기능을 해결하기 위해 고층아파트 일변도의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경관문제 뿐만 아니라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의 동시개발이 따르지 않아 원거리 통학문제, 교통량유발, 학교집중 등의 문제가 따른다. 서구유럽의 상당수 도시들이 8층 이상의 건물을 허용하지 않는 점을 눈여겨 보아 소규모, 중·저형 단지 조성으로도 시선을 돌려야 한다. 특히 대형할인점 등 상업시설의 경우 기존 시가지에 무계획적으로 배치할 것이 아니라 도시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도심외곽에 배치하고 위락시설을 더해 복합시설로 하면 도심집중의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여가, 레저시설이 부족한 대구의 경우 소득이나 연령층에 따른 위락시설 확충개념도 새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장기존 도심의 개선문제와 주변 편입지에 대한 기능의 배치 및 분산이 과제다. 서문시장 중심의 패션, 약령시 등 전통적 기능들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문화와 연계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용지난과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경산, 달성 등지의 주변 편입지에 우리 지역만의 고유기능을 개발, 메트로폴리스를 향한 장기적이고도 실효성있는 도시정책을 세워야 한다.

▲사회통일후나 21세기 동아시아축에서 대구의 새 역할을 모색해 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김일, 중, 러시아와 하나의 경제권으로 교류확대가 예견된다. 포항, 경주 등과 연계된 광역도시계획으로 환동해권시대에 중추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부산, 대전, 서울, 평양, 신의주로 이어지는 경부축에서 대구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통일 후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각계의 지혜를 모아 대구의 살 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세계를 향한 '열린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들이 필요한가. 또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도시미학적 측면에서 접근해달라.

▲장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개성있는 대구의 '얼굴'을 창조하는 것이 급선무다. 투자비용이 제한적이므로 기존시설을 활용하는 지혜를 짜야 한다. 예를 들어 도청에서 명덕로에 이르는 남북축, 동서축 등 유서깊은 가로의 공원화를 추진하고 젊은이의 거리 동성로, 문화거리의 봉산로 등 특징있는 거리조성도 한 방법이다. 특히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국제화템포를 수용하기에 적합한 대학이 먼저 교육기능을 국제화감각에 맞게 개편하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산·관·학의 연계노력이 절실하다.

▲김도시의 상징성, 정체성을 살리면 시민의식도 크게 바뀐다. 미국 보스턴의 갈색 벽돌, 뉴욕의 상징물인 센트럴파크, 스페인의 흰색건물 등 도시색깔 하나로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명물, 명소를 만들었다. 국채보상공원 조성이나 담장허물기도 그러한 열린 도시의 첫 걸음으로 보고 싶다.

시민축제의 경우도 잡다한 행사의 나열보다는 패션박람회나 무역박람회 같은 대구만의 이벤트를 만들어 세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재와 교육열을 활용한 젊은 도시의 이미지를 가꾸는데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정리: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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