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슈크림 빵과 바케트 빵

슈크림 빵인가, 바케트 빵인가, 제과점에 갈 때마다 갈등을 겪게 된다.

부드럽고 달콤한 생크림이 들어 있는 슈크림이 먹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이도 잘 들어가지 않는 딱딱한 바케트를 물어 뜯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겠지만 슈크림이 쾌락주의적이라면 바케트는 견인주의적 삶의 태도를 지닌다. 쾌락인가 금욕인가,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박하사탕'과 '거짓말'의 갈등

새해 벽두부터 우리 문화계를 달구어 놓은 두 편의 영화, '박하사탕'과 '거짓말'을 두고 다시 갈등을 가진다. 선택의 결과에 따라 자신이 지금 지향하고 있는 삶의 방향을 점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선 흥미롭다. 두 영화는 사회적 폭력에 대한 고발을 메시지로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같은 지점에서 만나지만 방법적으로는 엄청난 거리를 가지고 있다.

'박하사탕'이 모범생이 만든 전통적인 방법론의 작품이라면 '거짓말'은 기존 영화 어법을 해체한 아웃사이드의 비상식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보수적 방법론과 전위적 방법론의 차이라고 할 수 도 있겠다.

넌지시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아내의 태도는 단호했다. '거짓말'은 한 마디로 예술을 빙자한 포르노 상업주의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가 하고 물었더니 원작이 법원의 심판을 받았고 여론조사에 의해 80%가 포르노라고 답했다는 보도를 봤다고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아내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음대협(음란폭력성 조장 매체 대책 시민협의회)의 검찰 고발 이후 우리 사회에 암암리에 번지고 있는 '마녀사냥'식 여론 형성의 결과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방적인 여론 형성이 문제

이러한 '거짓말 사태'를 보면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맡게 된다.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지 않고, 국민 다수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일방적인 여론 형성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난 시기 우리나라는 비도덕적 정치 권력에 의한 '광기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 권력이 조장한 억압과 강제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주입받았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유산이 남은 탓인지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보다는 선동적인 방법에 의해 특정집단의 가치에 반발하는 세력을 가차없이 제거해버리려고 한다. 특히 성적 담론에 대해서는 더더욱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 문제는 감추고 묻어 두어야 할 그것인지 백주에 드러내어 토론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 결과 본격적인 성적 담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흘러왔다.

##편견 버릴때 가치창조 기회가

현대 예술에서 섹슈얼리티는 아방가르드 예술과 손을 잡고 나아간다. 어느 시대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사회적인 가치와 부딪치며 피 흘린다. 그러나 수많은 금기와 억압에 대한 도전의식으로 무장한 전위적 작가에 의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려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거짓말 사태'는 기존의 가치, 편견을 버리고 접근할 때 새로운 가치 창조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또한 우리 사회가 열린 구조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슈크림과 바케트, 진보와 보수,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거짓말과 참말, 모더니티와 리얼리티, '거짓말'과 '박하사탕'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래저래 헛갈리는 새해 벽두이다.

(장옥관(시인.대구예술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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