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기업의 외면대책 세워야

어음거래의 폐해는 경제위기 당시 숱한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현금결제를 정착시켜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당국은 어음제도 개선책을 여러차례 내놓았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은행이 상반기중에 물품구매대금을 싼 이자로 빌려주는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보면 일단 현행어음제도의 폐단을 고치는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같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이 제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겠지만 한은의 설명만으로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현행어음거래관행에 대대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장기적으로는 어음제도의 폐지와 현금거래정착이 목표가 되고 있지만 구매자금 대출당사자인 대기업들이 수용하기에 따라선 현금거래가 상당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다·이제까지 납품을 받는 대기업이 어음을 발행하면 이를 받을 수 밖에없는 중소기업은 은행이나 사채시장에서 할인이자를 물고 경우에 따라선 부동산 담보까지 해야하는 어려움을 겪어온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선 어음결제 기간이 점점 늘어나 4개월이 넘고있어 할인에 따른 금융비용과 어음배서에서 오는 연쇄도산의 위험은 훨씬 더 가중되고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제도가 활성화 되면 중소기업의 부도위험과 금융비용부담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IMF직후 어음불신이 극도에 이르러 이를 계기로 현금결제가 정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으나 경기회복과 더불어 어음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이 마련되지못해 과거와 같은 어음거래 관행이 되풀이돼온 것이다. 한은이 내놓은 기업구매자금 대출제도가 시행되면 약 17조원(작년말 현재)에 이르는 상업어음 취급잔액이 모두 현금거래로 바뀌지는 않아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지금까지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상업어음할인 금융비용을 부담해온 관행과는 달리 납품받는 대기업이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과세자료까지 노출되는 부담을 안게돼 대기업들이 이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이 이를 외면한다면 이 제도는 사실 공염불이 되고말 것이다.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위한 금융비용 부담과 과세자료 노출 등의 보상 유인책이 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같다. 이미 한은은 참여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어음결제를 고집하는 업체에 대해선 신용평가과정에서 불이익을 고려중이다. 기업들은 구매자금에 대한 한도제외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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