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 삼국유사-'온고지신'...다시 읽는 우리 고대사

만약 우리 역사가 '삼국유사'라는 기록을 갖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가정이라지만, 그래도 만약 그랬다면, 우리 고대사는 삭막함 그 자체 속으로 빠져 들었을 것이다. '설화'라는 이름으로 통괄돼 불리는 여러가지 고대사의 에피소드들도 거의 이 책에 의지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설화들은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의 발달에 힘입어 그저 재미나는 '옛날 이야기'의 수준을 뛰어 넘게 됐다. 당시 삶의 중요한 흔적으로, 또 많은 상징을 함축한 것으로 읽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열규 교수 등이 쓴 '신 삼국유사'(사계절 펴냄)는, 삼국유사라는 텍스트와, 문화인류학이라는 이해의 수단을 결합시킴으로써 성립한 것이다. 김교수는 인류학 분야의 활용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특장을 보여온 학자. 게다가 현대문학까지 종횡무진 꿰뚫는 그의 통시적 문학 해석능력, 번역문 투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소담한 우리 옛말을 잘 들추어 갈무리하는 그의 문장력 등이 책을 더욱 품격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려는 학문적 저술은 아니다. 그보다는 삼국유사라는 우리 문화의 보고를 더 많은 일반 독자에게 열어 보여 주는데 목적을 둔듯 보인다. 삼국유사 속의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들어 얘기를 전개하되, 그 자체로 끝내지 않고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과 연결시키려 노력하기도 한다. 때문에 어떤 단락에서는 신문의 한 시평이나 시론을 읽는 맛이 느껴진다. 대체로 삼국유사의 에피소드들을 개별적으로, 혹은 여럿 묶어 이야기해 나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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