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정치의 우먼파워

유럽의 여권신장(女權伸張)은 주부중심의 소비자단체에서 출발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제조업체가 공산품값을 올리려면 제일 먼저 '주부클럽'에 동의를 구해야만 가능하다. 제조업체가 넘겨준 원가계산서를 꼼꼼히 따져본 주부클럽이 객관적인 잣대에 의해 일단 '인증'절차를 끝낸 후 한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제조업체는 저녁 주부들의 골든타임인 TV채널을 통해 이를 집중 홍보해 주부들의 간접동의 절차까지 거쳐야만 비로소 값을 올려받을 수 있다. 이로부터 시작된 여권신장세가 결혼.취업 등 사회적 평등권으로 옮겨졌고 이게 여성의 참정권 확대로 이어진게 오늘의 유럽여성 지위의 현주소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직 스위스 등 일부 국가의 주(州)에는 여성의 선거권을 가장인 남편에게 위임해둔 곳이 많다. 가족회의를 거쳐 주부의사를 수렴한 가장 1명이 투표하면 됐지 굳이 부부가 함께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게 저간의 사정이다. 이에는 가정의 '민주주의'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전제가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프랑스 하원은 인구 3천200명이상 지역구의 모든 선거에서 반드시 남녀동수 후보를 내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히 혁명적인 여성의 참정권 확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44년 여성의 선거권인정 이후 또하나의 여권신장기록으로 언론들은 평가하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집권 좌파와 여권담당장관이 발의한 이 법안에 처음엔 비판적이었던 보수야당도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건 바로 여성인구가 53%인 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논리'가 제도를 변혁시킨 대표적 사건이다. 우리의 두 여성단체도 이번 총선에서 현역의원 9명 등 29명의 여성후보신청자 전원을 당선가능한 영.호남에 각당이 추천해줄것을 요구했다가 '특정후보 당선운동은 위배'라는 총선연대의 제지로 철회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낙선운동의 본산인 총선연대를 탈퇴해서라도 여성정치인을 육성하는게 목표인 여성유권자 연맹으로선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현 우리선거 풍토에서 얼마나 먹혀들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프랑스의 남녀동수후보 추천법에 유일하게 반대한 야당의 여성당수는 "이 법은 오히려 여성에게 방해가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코멘트가 뭘 의미하는지 의미심장하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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