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로버트 김 석방을 위한 콘서트를 보고

로버트 김.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언젠가 당신의 기사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과 죄책감의 실체를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영하로 내려간 날씨가 채 풀리지 않은 밤, 경북대 강당에 모여든 수많은 인파 속에 당신은 의연히 서 있었습니다. 알렌우드 연방교도소에 갇힌 당신은 오히려 자유로웠고 우리는 모두 더 큰 철책 속에 갇힌 죄인이었습니다. 당신은 전남 여수 출생이며 30년전 미국으로 건너가 해군 정보국 컴퓨터 전문가로 복무하다 주미 한국 대사관 정보장교의 도움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정보를 누설한 죄로 FBI에 간첩공모죄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리하여 9년형 징역에 3년의 보호감찰을 선고받고 3년째 알렌우드 연방교도소에 복역중이라는 것과 최근 교도소 안에서 회갑을 맞았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무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함일테지요. 우리는 너무 쓸쓸하고 외롭기 때문입니다.

민(民)을 돌보지 않는 관(官)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민(民) 따로 관(官) 따로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고아처럼 살아야 합니까. IMF 때도 그 많은 재난에도 항상 우리가 먼저 나서야 했습니다. 2천년의 한 고비를 넘긴 이즈음에도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관(官)은 민(民)에게 그 옛날 부족국가처럼 각자 제 주머니를 털어 한 사람을 살리던 미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김, 정부는 당신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으며 당신에게 어떠한 확신도 주지 않았다는 걸 압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 나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영웅을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나 로버트 김, 더 이상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마십시오. 대구 콘서트는 훌륭했습니다. 가수와 관객이 경계를 허물고 오직 당신의 자유를 위해 하나가 되었던 그 열기는 바로 기도였으며 당신에게 줄 희망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민간차원에서 시작된 당신의 석방운동, 우리 국민 모두의 서명으로 당신이 석방된다면 또 다시 우리는 승리하는 거겠지요. 우리는 당신을 가둔 미국 정부를 비판하기보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허울을 씌워 당신을 모른 체 하고 있는 이 나라의 무관심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로버트 김, 미국 시민권자 이면서도 한시도 주국을 잊어버린 적이 없는, 너무도 조국을 사랑했던 당신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알렌우드에서 맞는 네번째 겨울이 끝나기 전, 늦어도 고향 여수에 붉은 동백이 지기 전에 당신의 석방 소식을 듣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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