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 춘추-아름다운 것

요즘 와서 안동이 뜨고 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믿을 수가 없다. 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안동을 찾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안동이라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또 그다지 달라진 점도 없는데 왜 그렇게 난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 돌아보면 이렇게 안동이 뜨는 데는 몇 가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영남대 유홍준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 그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안동편을 발표하였는데 책이 뜨면서 안동도 덩달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하나의 '책임'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있다. 지난 해 봄 그녀가 하회마을과 봉정사를 다녀가면서부터 가히 폭발적으로 안동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유교수가 불을 놓고 엘여왕이 기름을 부은 셈이다.

지금 안동은 '유.엘 특수'에 사로잡혀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다. 안동다운 것을 조금씩 허물고 안동의 정체성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하회마을은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으며 조용한 산사는 입장료를 받는다. 성주풀이의 한 대목인 '성주의 본향이 어드메뇨.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본일레라'의 제비원도 새롭게 꾸민다고 한다. 한마디로 안동의 얼굴에 문화산업이라는 메스를 들이대고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회마을에 에딘버러 궁전을 짓는 꼴이다.

한국현대사는 경제개발 일변도의 외길 수순을 밟으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동체적인 삶의 원형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모르기는 해도 이를 회복하려면 지금까지 번 돈과 쏟은 노력의 곱절을 투자해도 될까,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안동이 문화산업개발 일변도만을 고집한다면 안동다운 것들을 잃어버리기는 시간문제다. 안동다운 것을 생각하고 가꾸면서 문화산업개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 어떨까 해서 한 마디 보태는 것이다.

시인 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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