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를 만들면서도 내내 '춘향뎐'을 생각했다고 했다.
그만큼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얘기다. 7개월의 산고(産苦) 끝에 임 감독의 '춘향뎐'(제작.기획 이태원)이 이번주 관객에게 선보인다."대단한데…""예사롭지가 않네…" 라는 것이 시사회를 지켜본 이들의 말이다.
'춘향뎐'은 소리에 먼저 취하는 영화다.
'서편제'가 판소리의 맛을 영상에 가미한 영화라면 '춘향뎐'은 영상이 소리에 더해진 느낌이다. 영화가 시각적인 매체라는 상식을 깨는 파격미. 춘향과 이 도령이 주인공이 아니라 명창 조상현의 우렁찬 동편제 판소리가 주인공인 셈이다.
'춘향전 뮤직 비디오'라는 말대로 '춘향뎐'은 조 명창의 소리에 따라 영상을 '덧 댄' 영화다. 춘향의 러브스토리를 타고 소리가 춤을 춘다. 한바탕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찰랑찰랑 수줍던 소리가 어사 출두에서는 육모방망이처럼 단단하고 우렁차게 터져나온다.
극영화로는 14번째. 그러나 과거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중심과는 달리 몇부분에선 고전의 틀을 깬다. 춘향과 이 도령의 애정 농도도 상상을 깬다.
실제 '춘향전'은 판소리를 소설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판소리가 원형인 것. 판소리를 들어보면 옛 남녀의 '질펀한 섹스'를 연상시키는 구절이 많다. 은밀한 부분을 지칭하는 단어도 예사롭게 터져 나온다. "판소리의 원형에 충실했다"는 임 감독의 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또 어사출두에 쩔쩔매던 기존의 변학도와는 달리 태연한 모습도 이색적이다.
상영시간 2시간 14분중 55분간 조 명창의 판소리가 나온다. 김명곤(국립극장장)씨가 4시간 35분에 달하는 원안 '조상현 창본 춘향가' 중 사랑과 옥중가 십장가 등을 중심으로 각색했다.
남원 세트장을 비롯 남원 일대의 사계절을 담은 촬영감독 정일성씨의 영상미 빼어난 화면도 볼거리다.
시사회를 끝난 후 임 감독은 "이처럼 고통스럽고 행복한 적이 없다"며 "모든 스태프들이 이처럼 신명나게 일한 것은 내 평생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MP3니 테크노댄스니 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 지는 미지수. 또 '서편제'와 같은 전국민적 흥미를 이끌어 낼지도 관심거리. 12세 관람가. (29일 자유 1관, 만경관 개봉)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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