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김명한(경북대 교수·교육학)
△안인욱(대구고 교장)
△신도환(매일신문 특집기획부장·사회)
▲사회교실의 붕괴, 교육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교육위기의 본질과 원인은 무엇인가.
▲김'학교는 있어도 진정한 교육은 없고, 선생은 있어도 가르칠 의욕이 없으며, 학생은 있어도 배우려는 열의가 없다'는 게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교육위기의 원인은 경제논리에 입각한 갑작스런 교원정년단축과 명퇴 급증에 따른 교사부족과 교권실추, 교사의 사기저하, 교사 학부모 학생간의 불신과 대립풍조 등으로 인한 교육공동체의 와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이를 통해 길러낸 인적자원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학생개인의 적성과 소질,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획일적인 주입식 암기위주교육, 입시위주의 교육은 교육의 질적저하를 초래했다.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식정보화사회다. 교육분야에서도 개인의 적성과 소질 창의력을 존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절실하다.
▲안교육붕괴는 급변하는 사회체제의 과도기적 현상의 하나이다. 원칙과 일관성이 없는 잦은 교육정책의 변화, 전문성이 부족한 교사, 급격한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학교 교육, 불신과 대립이 풍미하는 학교 풍토, 교사에 대한 사회전반의 경시 풍조, 수요자 중심 교육관에 따른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몰가치화, 비인간화, 황금만능주의, 가족이기주의 등 사회전반의 병폐에 기인한 점도 있다. 교육의 위기를 바로 잡고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부응하는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인간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 현장이 안정되어야 한다. 디지털문화에 대비한 교육환경및 교사의 전문성 확보도 시급한 문제다. 학교 교육의 무게중심을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옮겨야 한다. 인터넷시대에는 컴퓨터가 교실이고 교과서이며 교사가 될 수 있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으로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생산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사회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의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안교육은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일체가 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세살 버릇 여든간다'는 속담처럼 인간 교육의 핵은 가정이다. 그런데 산업화 핵가족화로 가정 교육은 없고 돈만 주고 학교나 학원에 교육을 의탁하고 있다. 학부모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서는 교육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학교는 학습지도에 관심을 쏟았지 인성지도는 부차적이었다. 우리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이 서열화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일류대를 나와야만이 사회의 상층부에 오를 수 있으니 학교 교육도 학부모도 그 시스템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학교 주변의 지역사회는 어떤가. 술집 만화방 가요주점 게임방 인터넷음란물 등 청소년을 유혹하는 얄팍한 악덕상혼이 판을 치고 있다. 경찰과 검찰 시청 구청 시민단체가 학교와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도서관 박물관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학교교육의 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는 학교공동체의 약화다. 교사들은 교권침해와 정년단축 등으로 사기가 저하돼 있는데다 청소년 특유의 문화적 특성인 저항문화에 대한 대응태세가 미흡하다. 학부모는 교사와 학교를 믿지 못하고 있는데다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와 가정교육 방치로 학교붕괴에 일조하고 있다. 규정과 법을 어겨서라도 내 자식만 잘 키우면 된다는 '내 자녀 이기주의'가 학부모들 사이에 만연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는 열성과 투철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교원사기 진작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학부모나 지역인사의 학교 방문이나 수업참관 기회를 늘리면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간의 상호 협조체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서열화를 부추기는 입시제도는 학교교육도 왜곡시키고 있다. 입시제도의 대안은 없나.
▲안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명문대 명문과 졸업생이 권력을 독점해 왔다. 자연히 대학은 서열화 되고 그것에 따라 학생도 서열화됐다. 부모는 자신이 실현하지 못한 욕망을 자식이 실현해주기를 바랐고 자식은 독자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욕망의 대리인일 뿐이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말로는 전인교육을 이야기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입시경쟁으로 몰아 넣고 있다. 내 자식만은 일류대에 꼭 보내야 한다는 이중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고려한 대학전형방법을 창안해야 하고 대학별 전형방법의 사전예고제가 도입돼야 한다. 21세기는 학력주의 사회가 아니라 능력주의 사회다. 빌 게이츠도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일류병 의사병 판·검사병에서 벗어날 때다.
▲사회같은 맥락이지만 서울대 등 서울 소재 대학 중심의 서열주의로 지방대학이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지방대학 육성책은 있는가.
▲김우수학생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인재 양성과 배분의 지방중심체제 전환이 요청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학사과정은 주거지 인근 지역에서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원수준의 교육은 학생들이 전국 단위로 특성화된 대학원에 진학, 공부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대학원을 특성화, 전문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국가가 주관하는 채용 자격시험의 지방화 분권화를 추진하고 민간기업에서도 지역 출신 인재의 채용비율을 높여야 한다. 거주지역내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면 어떨까.
▲안지역 대학은 학력 우수학생의 유치만 강조하지 말고 학생을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인으로 육성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교에서도 지역대학에 진학하도록 학부모를 설득할 수 있다.
▲사회그간 교육부장관이 바뀔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어 혼란을 초래한 측면이 많았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안일괄적인 교원의 정년단축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연차적으로 정년을 단축했더라면 교원 부족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 경제논리에 입각한 정년단축은 교원의 사기저하와 교실황폐화의 주된 원인이 됐다. 교육부장관은 반드시 교육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비전문가가 교육정책을 세우고 실행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교육정책의 고객은 44만명의 교원만이 아니다. 1천만명의 학생과 학부모 등 전국민이다. 그래서 교육정책의 입안과 추진에 전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교원정년 단축처럼 여론 수렴없는 결정은 걷을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온다. 중요한 정책 결정은 전문가를 위촉해 연구하고 공청회를 거쳐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그래야만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정책의 수립이 가능하고 국민은 지지를 보낸다. 즉흥적인 정책결정은 조령모개식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사회교육개혁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있어야 한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교육개혁은 공허한 것이다. 대통령선거때마다 후보들은 교육재정 확충을 공약해 왔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 같다.
▲김21세기를 맞으면서 지구촌의 선진국들은 지식기반사회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발전 전략의 하나로 국민의 교육수준 향상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고 있다. 국력의 원천은 바로 인간자본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적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재정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사태 이후 교육재정투자는 크게 감축되었다. 97년 GNP대비 공교육비가 4.8%이던 것이 98년에는 4.5%, 99년에는 4.3%로 떨어졌다. 2000년도 교육예산은 19조1천721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1조2천691억원이 늘어났으나 GNP대비 교육비는 4.2%로 99년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교육세를 폐지하고 그 해당액을 국가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교육재정의 추가 확충 방안없는 교육세 폐지논의는 위험한 발상이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지자체의 교육재정에 대한 역할을 확대해야한다. 2000년까지 적용되는 시·도세액 전입금 적용비율이 상향 조정되어야 하고 서울과 부산에만 지원하고 있는 중등교원봉급지원금을 모든 시·도로 확대해야 한다. ▲사회신인류라는 말도 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20대와도 또 다른 것 같다. 교사들이 먼저 권위주의를 버리고 학생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고 가르친다면 진정한 교육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안교사가 학생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갖고 있다면 학생들의 마음을 바꿀수가 있다. 교사의 사랑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교사가 사랑을 갖고 교육에 임한다면 교육의 위기는 극복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사표, 준거인물이 되어야 한다. 교사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없다면 진정한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정리·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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