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우노인 목욕 봉사

지난 29일 오후3시. 포항시 남구 대도동 불우노인 수용시설 '아가페 사랑의 집'에 20kg 들이 쌀 1포대씩을 든 30, 40대 주부 10여명이 들어섰다. 이들은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익숙한 동작으로 한가지씩 일을 맡았다. 조를 나누어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노인들이 더럽혀 놓은 이불 빨래를 하기도 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목욕시키기도 했다.

이날 봉사활동을 나온 부인들은 포항제철소 석도공장 직원 가족들. 지난 95년 남편들이 '석도인 사랑나눔'을 결성, 매월 한차례씩 이곳으로 봉사활동을 나오자 2년 뒤인 97년부터는 부인들이 동행했다.

이곳에 수용돼 있는 31명의 노인들중 1명을 빼고는 모두가 장애인이거나 심한 치매로 의사소통마저 불가능해 쌓이는건 일거리 뿐. 이런 상황에서 이불빨래나 할머니 목욕같은 일은 남자들이 하기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아내들이 나서기로 한 것.

부부동반 봉사활동이 4년째로 접어드는 지금은 오히려 아내들이 더 열심이다. "각오를 하고 남편을 따라 나서기는 했지만 이곳에 처음 들어서던 날은 악취가 너무 심해 코를 막고 헛구역질까지 했던게 사실"이라는 강정일(45)씨는 "그러나 지금은 이곳 노인들이 내 부모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이곳을 산교육장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에서 자녀 등 온가족이 함께 찾는 직원들도 많아졌다. "직원 가족들이 한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동료애도 더욱 깊어져 회사와 직원들이 오히려 노인들의 감사하는 처지"라는게 이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정주한(49) 반장의 말.

매월 봉사활동과 적지 않은 금품을 모아 이곳에 전달하고 있지만 "항상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는 김승호씨의 아내 최남숙(37)씨는 "초기에는 봉사활동을 했다는 보람이 앞섰지만 요즘은 가슴에 돌 한무더기를 안고 가는 것 같은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번 설에는 온가족이 함께 와서 노인들과 떡국이라도 나누어 먹어야 겠다며 어둑해져서야 이곳을 나섰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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