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경찰의 도움으로 18년만에 생이별한 가족과 상봉했다.
21살때인 지난 82년경 무작정 상경했다가 노숙자로 전락해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그 와중에 고향 가족들은 이사를 가 본의아니게 이산가족이 돼 버렸던 강윤제(39)씨.
강씨는 폭력혐의로 수배돼 경찰에 붙잡혔으나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지난달 31일 오후 8시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친누나 수자(43·주부)씨와 눈물의 재회를 했다.오랜 노숙생활과 알코올 중독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강씨는 누나를 보는 순간 할말을 잊고 눈물을 흘렸고 수자씨 또한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을 보자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 듯 한동안 말을 잊은 채 엉엉 소리내어 울기만 했다.
수자씨는 "왜 집은 나갔어. 얼굴은 왜 이렇게 퉁퉁 부었니"라며 동생을 어루만졌고 강씨는 "집을 찾아가보니 이사를 가고 없었고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며 계속 눈물을 쏟았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18년간이나 만나기는 커녕 연락도 하지못했던 강씨의사연은 소설속에서나 나올법 하다.
원래 경북 봉화에 살던 강씨는 말썽을 피우다 중1 때 학교를 그만두고 부산으로이사했으나 공장일과 식당일에 싫증을 느껴 집안의 쌀 한말을 훔쳐 팔아 차비를 마련한후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왔다.
막상 서울에 올라와 보니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그는 우연히 떡공장에 취직했으나 힘든 객지생활을 달래기 위해 한두잔씩 마시던 술이 하루 5-6병으로 늘었고 결국 직장에서 쫓겨나 10년전부터 노숙자가 되고 말았다.
문래동 자유의 집과 희망의 집을 전전하다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고 5년전부터는 5만원에 리어카 한대를 구입, 폐품수집으로 생계를 이어왔으나 갈곳이 없어 노숙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돈을 많이 벌어 당당하게 가족들에게 나서려고 연락도 끊고 지냈던 강씨는 10여년전 뒤늦게 부산집을 찾았으나 가족들은 이사를 갔고 자신의 주민등록은 말소돼 경찰서와 동사무소에 수소문을 해봐도 알길이 없었다.
결국 다시 서울로 올라온 그는 4년전 성수동 뚝섬부근에서 싸움을 벌인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았고 지난달 28일 뚝섬에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신고해 경찰서로 오게됐으나 그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양천경찰서 수사과의 박교남(31) 경장이 신원조회를 하고 해당 관청에 연락을 해 가족들의 거처를 모두 파악하게 됐다.
강씨의 아버지 종화씨는 수년전 사망했고 어머니 엄태호(60)씨는 부산을 떠나 제주 마라도 횟집의 종업원으로 있으나 해상의 날씨가 나빠 나오지 못했으며 남동생 강윤성(36)씨는 누나와 함께 울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해외출장중이었다.
강씨는 "어렸을 때 배운 냉면 면발 반죽과 육수 끓이는 기술을 살려 어머니와 식당을 운영하며 못다한 효도를 하고 싶다"며 "앞으로 열심히 살아 가정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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