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앨런 소칼 교수 '지적 사기'-"佛 철학자들 사상은 엉터리"

1997년 현대 프랑스 철학을 전면적으로 비판, 서구 지식인 사회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 일으킨 문제작 '지적 사기'(원제 Fashionable Nonsense)가 민음사에서 번역돼 나왔다.

프랑스 사상가들이 과학을 남용한 사례를 철저히 분석, 비판한 이 책은 출간 당시 '소칼의 장난(Sokal's Hoax)'이라고 불린 일련의 논쟁을 촉발시키며 세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 책에 격한 반응을 보인 프랑스 지식인들은 좌파와 우파, 문화적 좌파와 경제적 좌파가 벌이는 치열한 논전으로 발전시켰었다.

저자 앨런 소칼은 미국 뉴욕대 물리학과 교수. 포스트모던 저널인 '소시얼 텍스트'에 처음 논문으로 기고한 후 장 브리크몽(벨기에 루뱅대 물리학과 교수)과 협력, 프랑스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이 책의 어떤 대목이 프랑스 지식인들을 발끈하게 만들었을까. '현대 프랑스 철학은 헛소리의 집적'이라는 '가디언'지의 서평처럼 저자의 눈에 비친 일군의 프랑스 철학자들의 사상은 한마디로 엉터리다.

라캉, 보드리야르, 크리스테바, 들뢰즈, 이리가레이, 가타리 등 소위 이름난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이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원래의 맥락에서 완전히 벗어난 과학적 개념을 써먹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 철학자들은 "빈약한 내용을 난해하고 위압적인 과학 용어로 포장해 독자의 기를 죽이는 심리전의 대가"로 묘사된다. 일례로 위상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결시키려는 라캉의 시도는 하찮은 지식을 과시하고, 의미가 결여된 문장을 조작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이처럼 개념에 대한 성찰이나 정확한 뜻조차 밝히지 않은 채 전문 과학용어를 남용한 것은 넌센스라고 이 책은 일축하고 있다.

또 이 책은 현대 과학철학의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인식론적 상대주의에 따르면 현대 과학은 수없이 많은 신화나 이야기 또는 사회적 구성물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주장과 달리 소칼은 "과학적 지식은 문화적 조건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있다. '프랑스적 사유'라는 거대한 전통을 과학적 엄밀성만으로 환원, 거세시키는 것은 무리라며 '지적 사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프랑스철학 열풍'으로까지 표현될 만큼 프랑스 철학의 영향이 큰 한국 지식사회가 이 책이 쏘아대는 비판의 화살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울지 궁금하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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