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이 들어설 무렵 나라를 떡주무르듯하던 TK지역 권력실세들의 고향사람들이 서울 가면 흔히 낮 모르는 외지인들로부터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처음엔 영문도 모르고 대접을 받아 어리둥절하다가 나중에야 신군부세력에 줄댈 곳을 찾는 사람인 줄 알고 쓴 웃음을 짓게된다는 것이다. 외지인들은 권력자의 고향사람이면 누구나 그들과 끈이 닿거나 하다못해 정통한 정보라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웃지못할 일화였다. 그러나 어찌보면 돈 있고 세력 있는 곳에 사람 모이는 것은 만고불변의 염량세태(炎凉世態)인지 모른다. 왕조시대의 세도가에 팔도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것은 절대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라 치더라도 명색이 민주시대에 공항과 기차역에 이른바 높은 사람 마중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무엇인가. 선거때가 되면 여당의 실력자가 출마하는 지역구 사무실엔 돈봉투를 들고 줄줄이 몰려들어 선거비용을 치르고도 큰 돈을 남겨서 돌아간다고들한다. 그러나 권력이 떨어지는 날 이 모든 것은 물로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이다. 설 연휴를 맞아 광주행 항공권이 금싸라기란 보도다. 항공사의 관계자는"총선을 앞둔 때문인지 광주에 꼭 가게해달라는 정계인사의 부탁이 예년보다 30%이상 많아 웬만한 실력으론 예약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연휴에 대한항공은 광주에 8편의 특별기를 편성해 대구(4편)보다 2배나 더 늘렸는데도 이런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광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볼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권연고지역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같다. TK지역의 썰렁함과 광주지역의 흥청거림을 천하인심의 자연스런 흐름으로 돌려버린다면 무슨 할 말이 있을까만은 언제 눈치 안봐도 불이익 없는 세상이 올지 마음만 답답하다. 따뜻한 바람이 불면 찬 바람도 불 수 있거늘.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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