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생활이 더 즐거워요"

대구시내 직장인들의 근무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IMF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던 직장 동료들이 삭막한 인간관계를 딛고 서로 돕고 이해하며 즐겁게 지내려는 새로운 직장 분위기를 그려가고 있다.

직장의 개념을 단순히 돈벌기 위해서 일하는 곳으로 여기던 평면적 사고방식에서 즐겁게 일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엮어가는 입체적 사고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곳은 세원의료재단 구병원(053-560-9021),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업체 코렉주식회사(053-356-3900) 등.

정식직원 160명, 용역직 40명 등 전체 직원이 200명인 구병원은 일년반 전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프리 데이트'를 신청받고 있다.

'프리 데이트'란 병원측에서 데이트 경비(10만원)를 지원하고, 직원 누구나 부서.직위.노소.기미혼에 관계없이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을 '찜'해서 사보 편집실에 신청하면 그중의 한팀을 정하여 공개 데이트의 기회를 주는 것.

지금까지는 남-녀 관계로 한정지어서 정연미 간호사와 총무과 김대진 과장, 신경외과 홍정남 간호조무사와 신경외과 류상협 과장, 응급실 윤선주 간호사와 인턴 이용직씨 등 대여섯 팀이 프리 데이트를 가졌다.

응급실 정명화 수간호사와 야간수송 당직 김대희씨, 사보담당 장철중 주임과 원무과 직원 최아경씨, 건강검진센터 윤명옥씨와 임상간호사 도준구씨, 엠뷸런스 기사 김상현씨와 교환실 조윤임씨도 프리 데이트를 신청해놓고 있다.

전후 사정도 모르는 아내나 남자친구의 바가지(?)를 꺼려서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하던 프리 데이트였지만 이제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 데이트 제1호를 기록했던 백영미 간호사는 "몇년전만 해도 부서이기주의가 심했지만 프리 데이트를 통해서 타 부서의 고충도 알게되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친절서비스로 환자들에게 되돌립니다"고 말한다.

이를 기획했던 구병원 장철중(사보편집 담당)주임은 "의료직.행정직.의료지원 등 다양한 직종과 업무특성상 교대근무를 해야하는 직원들이 일일 만남을 통해서 생소한 업무를 이해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훨씬 더 친절해졌다"면서 데이트 신청자가 급증하는데 발맞춰 '남녀간 만남'이라는 현행 성별 제한을 없애고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주)코렉의 김선정 대리는 이 회사에서는 통신세대들이 많은 만큼 인터넷쪽지를 통한 인간관계 맺기와 퇴근후 호프집이나 레스토랑에서 대화모임을 활발하게 갖는다고 들려준다.

"통신세대이니 말보다 인터넷편지라고 할 수 있는 ICQ를 즐겨 써요. 어떤 동료는 한꺼번에 17개의 ICQ를 동시에 받기도 해요. 시간에 관계없이 전할 수 있는 인터넷 편지를 통해서 자칫 단절될 수 있는 직장내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요. 일일이 말로 다하기 힘든 직장 여건을 인터넷 편지로 털어놓으면서 그때 그때 해결해 나가요"

직장을 단순히 돈벌이 개념으로 보던데서 탈피하고 있는 현대 직장인들은 "하루의 절반 가량을 보내는 직장생활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결혼생활, 친구, 동호회 못지않게 중요해요"라고 외친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