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무한한 식량의 보고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삼면 바다 면적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200해리를 적용하면 44만7천㎢로 남한 육지면적(9만9천㎢)의 4.5배나 된다. 여기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연간 300만t. 우리 국민이 섭취해야 할 동물성 단백질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한·일어업협정은 '잡는 어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해양수산부는 99년 현재 26%인 양식어업의 수산물 공급량을 2011년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목장의 개발과 함께 경쟁력 있는 신품종 어종의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고 해양관련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무분별 남획과 환경 오염으로 고갈돼 가는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고급 어패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식업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와 함게 내병성이 강하고 맛과 영양가, 색깔 등에서 뛰어나며 고·저온 동시 적응성 있는 신품종 어종의 개발이 양식업의 새로운 과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울진종묘배양장은 국내 처음으로 최대 10㎏까지 성장하는 등 다른 어종에 비해 성장 속도가 3, 4배 가량 빠른 데다 육질도 좋아 고급어종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서양산 넙치류인 '터봇'의 시험종묘 배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천해(淺海)양식어업은 1960년대 해조류, 70년대 굴 등 패류의 양식에서 비롯된다. 80년대 초반 자연산 치어를 채포하여 기르고 인위적으로 종묘를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어류양식의 계획적인 생산이 시작됐다.
이같은 양식업의 발전으로 해면 어장면적도 80년 7만8천573ha, 90년 11만3천26ha, 99년 11만5천803ha로 크게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어류가 80년 151ha에서, 99년 5천881ha로 무려 34배, 해조류는 80년 2만8천584ha에서 99년 6만796ha로 2.2배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1993년 해조류, 패류, 어류를 합한 천해 양식어업 생산량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t을 넘어섰고 이로인해 과거 80년대 이전 총생산량의 20%에 불과했던 천해양식어업의 비중이 90년대 이후에는 약 30%에 달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생산금액에 있어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93년에는 5천700억원으로 총생산 금액의 15.5%에 불과하던 양식업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 97년에는 9천200억원으로 19.1%까지 높아졌으며 향후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양식어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수산진흥원 울진종묘배양장 임한규 연구사는 "76년부터 98년까지 12개 국립배양장에서 생산, 양식용으로 분양하거나 연안자원 조성용으로 방류한 종묘는 총 45개 품종 17억6천만마리"라며 "2000년부터는 대하 넙치 등 연안 정착성 품종의 방류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의 기르는 어업은 외국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초보적인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수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최근 몇년사이 양적인 면에선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건 사실이나 경영의 불안정, 양식품종의 개발과 종묘 생산 기술개발 등은 여전히 낙후된 수준이라는 것.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주요 양식 대상 어류는 넙치, 참돔, 은어 등이며 패류는 전복, 굴, 가리비 등으로 경제성을 고려한 품종의 다양화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은 지난 83년부터 특별법을 제정해 자원관리형 어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조시켜 왔고, 2000년대엔 1천200만t 생산목표를 세워 해양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대서양 연어 양식을 개시한 지 30여년만인 1998년 35만t으로 세계 연어 생산량의 50%를 달성, 세계시장을 개척해 성공을 거둔 전형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캐나다 스웨덴 등 어업 선진국들도 총허용 어획량제도(TAC) 등을 통한 자원 관리와 해양자원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영국 등은 대구 양식까지 성공시키는 등 세계의 양식기술은 최첨단화되고 있다.
울진 덕천종묘장의 천건우씨는 "우리는 외국 수산 선진국과 달리 아직 체계적·종합적인 해역개발이 안돼 바다 이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오염과 어장노화로 병해 발생이 잦다"며 "이를 위해 양식장의 환경수용 능력 고려와 오염원 차단 및 정화 등과 같은 사후관리 시스템 확립 등 환경 친화적인 관리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식어장을 무제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현재와 같은 양식어장의 이용·관리체계가 아닌 어장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양식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해양수산부는 지난 해 우리나라의 양식경쟁력 강화를 위해 '21세기 양식어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최근의 국제 어업여건이 UN 해양법 협약의 발효에 따라 연안국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조업국의 어업여건이 불리해짐에 따라 앞으로는 해상어업을 통한 수산물 채취보다는 양식기반 시설을 확충, 어업의 생산성을 높여 경영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환경친화적 자원관리 개념을 도입해 연안자원을 증강하고 개발된 시험모델을 전 연안으로 확대 추진, 해중림을 조성하는 등 바다목장화 사업을 실용화 하는데도 역점을 둔다는 것. 이를 위해 2011년까지 12년동안 양식장 개발에 1조8천200억원을 비롯 환경개선에 2천700억원, 기술개발 90억원, 양식장 관리에 100억원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양식 생산량도 지금의 100만t에서 2011년엔 150만t으로 50% 늘리고 어가소득도 97년 가구당 2천만원에서 8천40만원으로 4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정부는 국내 양식어장이 개발에 한계가 있는 데다 어장환경 악화 등으로 해외어장 개발이 필요한 점을 감안, 올해부터 해외어장 개발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현재 우리나라는 9개사가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4개국에서 새우 피조개 어류 등을 합작사업으로 양식하고 있으며, 20여개사가 중국 필리핀 남미 등지에서 개인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해외양식은 대상국의 실태와 제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져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해양연구소 등 연구기관을 통해 각 국의 양식실태 및 투자 여건 양식가능 품종 등 사전조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이 조사 결과를 양식업계에 제공함은 물론 어장 개발에서 생산 유통까지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양식산업은 21세기 육지의 한계를 극복,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첨단 산업이다. 인공어초 설치 등 해양목장 사업과 함께 신품종 어종 개발 등에 국가적 지원이 뒤따른다면 수산업은 1차 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1세기의 경쟁력 있는 미래산업이 될 것이다.
黃利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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