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대담-(9·끝)여성

◇참석자

△이정옥(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양승주(경북여성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

△전경옥(매일신문 문화부장·사회)

▲사회21세기를 여성의 시대로 전망하는데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관건은?▲양승주기회의 평등화를 위한 법이 실효성있게 적용돼야 하며, 남녀가 같은 조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예를들면 모성보호 등의 측면에서 출산휴가때의 비용을 사회보험으로 해결해 주는 것 등이다. 정보화 사회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유리한 조건일 수 있는데 실질적인 사회진출로 이어지게끔 여성창업보육센터 등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정옥가사노동·가족생활에서 여성이 해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영역의 사회화가 시급하다. 동시에 하급공무원, 교사, 교수 등 전 영역에서 할당제와 같은, 여성인력을 받아들이는 통로의 기회평등이 있어야 한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양성평등문화를 진작시키기 위한 사회계몽운동이 필요하다. 남녀 모두 파트타임,단기 취업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 여성에게 유리해지기 위해선 각종 복지혜택이 뒷받침되는 북구형 모델 도입이 바람직하다.

▲사회여성계가 새해 벽두부터 호주제 폐지운동을 핫 이슈로 채택하고 있다.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까.

▲이호주제 폐지운동을 여성운동으로만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모든 것이 개인화되는 사회에서 유독 호주제는 모든 책임을 가족이 함께 지는 연좌제적 성격이 강하므로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의 근대화 움직임으로 봐야한다. 여성계 일각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한 자녀, 개인주의 확산, 가족해체 등에 따라 자연히 호주제는 지금처럼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프랑스에선 사생아· 동성애까지 인정되며 모두 개인호적제로 정착되고 있다.

▲양우리 사회에서 호주는 대를 잇고, 제사를 모시는 사람으로 강력한 가부장적 권위를 지녀왔다. 호주제 폐지운동은 이같은 가부장제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어서 여성계가 다소 공격적인 정서를 보인 것 같다. 중장년 이상 여성들중엔 현재의 호주제에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온정적인 시각에서 이성적으로 볼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회21세기는 디지털혁명이 가속화되는 시대이다. 여성들이 정보의 빈자(貧者)로 전락될 우려도 없지 않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양전 세계적으로 정보의 격차 극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소득층, 장애인을 위해 통신이용료를 할인해주거나 교육센터, 소프트 웨어 보급 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까지 여성정보화를 위해 40억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중소도시 여성에까지 실질적인 도움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며, 정보마인드 향상을 위해 여성정보화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봄직 하다.

▲이정보화시대에 대해 우리사회에선 아직 PC 보급 등 하드 웨어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치중된 것 같다. 하드 웨어 보급은 자본의 문제 등과 연관, 빈곤의 여성화라는 추세속에서 PC 보급, 인터넷 사용 등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여성은 정보의 하급근로자, 기계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등의 교육대상자로 국한돼 있는 경우가 많다. 동사무소에 PC를 설치해서 여성들이 자유롭게 정보 복덕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사회김강자 서장의 십대 매매춘 근절에 대해 사회적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십대 매매춘의 성행 원인과 근본적인 근절대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십대 매매춘현상은 성 상품화 마지막 단계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왜 이렇게까지 됐나. 지금 십대 소녀들이 가장 되고 싶어하는 직업은 백댄서니 탤런트니 연예인이다. 이 사회에서 어떤 비전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우리 교육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희망 없음'이 공급요인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의 아이들인데, 풍요의 결과가 이런 것일까 자괴감이 든다.

왜 남성들은 십대의 성을 찾나? 심한 직장 스트레스, 형식적인 유교문화, 위계질서 등 조직내에서 억압된 욕구를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장내 커뮤니케이션, 감정표현의 통로가 필요하다. 또 결혼후 부부간에 애정을 나눌 시간을 여러 외부적 요인에 빼앗기는 문제, 육체적 성관계와 정신적 교류를 지나치게 이분화시키는 성의 상품화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뒤얽혀 있다. 단기간의 강경책보다는 다차원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 모색이 요구된다.

▲양제도적으로 보면 김 서장의 근절운동은 수요와 공급의 차단문제이다. 십대의 성을 사는 어른들은 올 7월 수요자에 처벌이 가해지는 성보호법에 의해 어느 정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여학생들이 가출해서 매춘하는 한편에서 남학생들은 삐끼가 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가정과 사회가 어떻게 돌봐야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 학교가 문제학생들을 거리로 내몰 것이 아니라 울타리를 넓혀 받아주어야 한다. 물론 가정도 변해야 한다.

▲사회대구는 1900년 초반에 부인들의 국채보상운동을 비롯 75년 이상 역사를 지닌 단체 등 여성운동의 역사가 깊다. 21세기 여성운동의 지향점은?

▲이사회봉사, 친목 등 전통적 의미의 여성단체 역사는 상당히 긴 반면 여권운동측면의 역사는 타지역에 비해 짧은 것 같다. 90년대 들어서야 과거의 여권운동에서 생명과 모성성 중심의 운동으로 바뀌었다. 자기 가족만이 아닌 지역공동체, 자치단체의 살림운영을 통해 모성적 실력을 사회화하는 쪽으로 가면 후발자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견제와 비난이 심하다. 앞장서 나서는 여성들을 북돋워 주고 때로는 튀는 것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모성의 큰 품이 지역사회의 고질적인 보수성, 폐쇄성을 극복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경북여성개발원 포항지역 모니터 회원들이 모임을 통해 쓰레기문제에 관심을 갖게됐고 이것이 환경운동단체로 발전했다. 묻혀있는 여성자원이 의미있는 단체로 발전하기 위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단체들이 여성들의 공적인 참여기회를 늘려주고 여성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조직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하나 많은 여성단체들이 재정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사심없이 지원하는 기부문화가 조성됐으면 싶다.

▲이이제 여성단체들은 여성대중으로 내려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깨인 여성들의 클럽같은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제부터는 대중화될 필요가 있다. 여성단체가 여성운동을 독점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오히려 대중이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또 여성문제를 인간의 문제로 승화시키고, 성별간 장벽을 무너뜨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남녀 모두에게 더욱 고달픈 시대가 될 가능성 많다. 모든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상업주의 속에서 여성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여성들이 생태주의 운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여성들이 새로운 가치창조의 주역이 돼야 할 것이다.▲사회이혼·별거 등 가족해체현상이 심해지면서 가정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가정의 현주소와 앞으로 가족의 위상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양IMF 체제를 통해 실감했지만 노동시장이 불확실한 우리사회에서 남성가장 1인 중심의 가계구조가 얼마나 위험한 가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해 졌다. 예전처럼 남성이 중심이 되는 가정보다는 가족 모두가 서로를 보살펴야 가정이 유지될 수 있게 됐다. 이제까지는 남녀 역할분담의 해제가 남녀평등을 이루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불안한 노동시장, 경제의 개인화, 그리고 성(性)이 우리네 가족을 파괴하고 있다. 성문제를 보자. 아이들도 집에서 폰섹스,사이버섹스를 할 수 있다. 가족들간엔 대화가 없어지고 생각도 다르다. 가족해체의 압력이 이렇게 강한 시대가 없었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부서져 가고 있다. 과거엔 가족의 중요성을 말할때 여성의 역할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가족을 파괴하려는 외압이 너무나 강해져서 여성 혼자의 미덕, 인내로는 결코 버틸 수 없게 됐다. 남성들도 이 파괴력에 저항해야 하고 정부도 동참해야 한다. 가족이 해체됐을 때 정부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가족을 유지했을 때 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가족이 다 흩어져 복구가 불가능해지기 전에, 가족지키기를 위한 예산이 배정돼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에서도 가족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돼있다.

▲양혈연적 의미의 전통적 가족에서 한걸음 나아가 정서적 친밀감을 가진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우리사회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여성권익 향상을 위해서는 여성정치인의 양성문제가 시급한 현안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성들의 정치진출 확대 방안은.

▲이각 당에서 당선 용이한 지역에 여성을 적극 공천해 주었으면 싶다. 여성운동,사회발전에 기여한 여성을 우선 공천해 주었으면 한다. 여성 유권자의 정치의식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는 꾀할 수 없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단지 여성을 몇 명 당선시키는가 하는데만 있다고 국한시키지 말자. 남성의원을 대상으로 여성 유권자들이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해당된다. 교육문제,가족복지문제 등도 정치참여의 한 유형이 될 수 있다. 여성할당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이뤄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양여성정치가는 대처 전 영국총리처럼 남자와 똑같이 경쟁하는 유형, 누구의 딸·누구의 아내 등으로 진출하는 유형,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참여하는 유형 등이 있다고 본다. 이중 세째 유형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지만 전문가집단은 정치에 대해 상당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여성전문가들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선 정치 혐오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북유럽 등지에선 노동조합 등의 조직이 여성정치인을 키워내는 경우가 많다. 여성전문가집단은 여기에 도움주는 역할을 많이 한다. 전문가집단의 여성은 남성에 의해 초대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대중과의 교류가 적어 차선은 될 수 있지만 최선은 될 수 없다고 본다. 앞으로는 경제적 영역에는 남성들이,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치영역에선 여성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리·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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